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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세상] 이민과 유럽모델의 위기

더연 / 연구 / 2016.07.08


[숫자와 세상]

이민과 유럽모델의 위기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조세를 걷거나 정부가 지출하는 것에 소극적이었고, 이에 따라 미국정부의 규모는 유럽국가에 비해 작아졌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그동안 정치경제학계의 오래된 연구대상이었다. 이 중 하버드의 경제학자 알레시나의 주장은 브렉시트(Brexit)의 충격을 맞은 2016년 현재에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알레시나는 미국정부가 시장개입에 소극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인종적 이질성(Ethnic heterogeneity)’의 개념을 들고 온다. 알레시나에 의하면 인종적 차이는 소득(계급, 계층)에 기초한 정체성의 형성을 방해한다. 소득이나 자산이 작은 노동계층일지라도 자신이 가진 피부색에 대한 정체성이 계층에 비해 먼저 발동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종적으로 분화될수록 정부지출의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저소득 노동계층의 단결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래프1은 “인종 분할 정도가 더 높은 나라일수록 국가의 지출규모가 작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알레시나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정부규모의 차이 중 약 50%는 인종분화에 기인한다.


 

인종적 이질성과 GDP 대비 정부 규모의 관계.jpg

@인종적 이질성은 1에 가까울수록 인종간 분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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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간 이질성은 정치엘리트들에게 인종주의에 기반한 득표 전략을 사용할 정치적 유인(political incentive)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수인종이 가난한 원인을 소수인종에게 뒤집어씌워 다수인종의 표를 모으는 전략이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바로 이런 전략의 대상이 되었는데, 레이건 후보가 1984년 대선에서 활용한 ‘복지의 (흑인)여왕’, ‘윌리 호튼’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전술했듯이, 인종 분화와 정부규모의 인과관계는 최근 글로벌 정치경제의 화두 브렉시트(Brexit)에 중요한 함의를 준다. 사실 자본주의 황금기 동안 유럽은 인종적 동질성으로 인해 ‘인종주의’를 정치에 이용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 소수자들이 다수인종에 비해 특별히 가난하지도 않아 이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결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유럽주요 국가들의 소수인종 비중 추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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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그래프2는 1985년 이후 유럽 내 주요 국가들의 소수인종의 비중 추이를 보여주는데,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지난 20년 동안 약 3배 이상 높아졌다. 유럽에 밀려든 이민자들은 저임금 노동을 감수하면서 노동계층의 실질소득도 떨어뜨렸고, 유럽의 관대한 복지체계 속에서 본토 국민들과 동등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브렉시트에 적극 동참한 영국정치인이나 영국인들의 분노가 시작된 지점이다.


이는 브렉시트를 찬성한 비율이 높은 지역(EU 탈퇴)과 반대비율이 높은 지역(EU 잔류) 사이의 소득과 자산의 격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EU탈퇴 여론이 높았던 지역에서 소위 제노포비아, 이주민에 대한 증오가 이제 공공연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트럼프, 프랑스의 르펜이 추종하는 극우주의의 단면들 역시 영국만의 사례는 아니란 점에서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소득과 자산에 따른 브렉시트 투표 경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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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쩌면 EU라는 구상 자체가 유럽의 인종적 갈등을 내재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브렉시트(Brexit) 이전 그렉시트(Grexit) 국면에서 EU 재정의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독일인들의 반발이 가장 심각했다는 점은 이를 시사한다. 경제위기에 내몰린 그리스인(외국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국의 세금을 주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는 어느 유럽 지성의 말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지금 유럽에는 선한 목표와 굳은 의지로 무장한 리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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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울산대학생 2016-10-06 16:22:27

단순히 선한 의지와 굳은 목표를 가진 리더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리더를 주축으로 국면을 슬기롭게 해결해나가고 국민들을 설득해내서 장기적 안목을 갖게 하는 참모진들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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