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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제, 길을 찾아 나서다 - ③ 김현수 국민대 교수

더연 / 기획인터뷰 / 2016.03.02


경제, 길을 찾아 나서다 ③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 허물기 - 김현수 국민대 교수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입버릇처럼 터져 나온다. 국민 평균 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쉬이 들을만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자. 꿈꾸던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의 길은 막막한 청년 세대, 자녀들 교육시키고 집 한 채 마련에 청춘을 바쳤지만 부모 세대 봉양에 또 한 번 굽은 등을 펴야 하는 중장년 세대, 수명은 길어졌지만 가난과 외로움을 상대로 긴 싸움을 벌여야 하는 노년 세대. 이것이 대한민국의 2015년 얼굴이다.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주어도 모자른 때에 정부는 일자리 '창출'보다 '나누기'에 매진하며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고, 보수가 시장친화적이라는 통념을 깨고 시장에 대한 입김도 날로 더하고 있다. 덩달아 세계가 평가하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구조개혁이 시급한 때에 사회 갈등과 경제 왜곡만 심화되고 있다는 경종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식상한 구호에 '우리 경제가 살아있던 적이 있기는 하냐'라고 농담처럼 되묻지만,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의 파고를 맞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생사를 가르는 절벽 위에 서있다고 경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는 헐떡이는 경제에 산소를 불어넣는 마음으로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과제들을 차근히 짚어보고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인터뷰] 경제, 길을 찾아 나서다

동반성장은 양극화의 해법 -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재조명되는 제조업, 위기와 전망 - 양민양 KAIST 교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 허물기 - 김현수 국민대 교수  

  


우리 경제는 빠르게 ‘서비스 경제’로 이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한 반면, 서비스업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시장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우리 서비스업은 좀 더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배경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비스 경제로의 이행과 이에 대한 전략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최근 더욱 주목 받고 있는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김현수 교수를 만나 서비스업의 나아갈 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서비스라는 영역이 너무 커서, 흔히 이해하는 서비스와 산업연구로서의 서비스의 영역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먼저 서비스업 정의부터 내려달라.

=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에는 제품과 서비스가 있다. 제품은 유형이고, 서비스는 무형이다. 우리가 보통 2차산업이라 불리는 것은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이다. 이것이 아닌 나머지 모두가 바로 서비스업이다. 다시 말해, 서비스업은 농업 등 1차산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의 영역이 굉장히 넓다. IT, 교육, 의료, 금융 모두가 서비스다. 굳이 따지자면, 사람들에게 익숙한 서비스가 있고, 또 전문인들이 행하는 전문서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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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사이언스학회 학회장을 맡고 계신다. 서비스사이언스라는 말이 생소하다.

= 서비스에 ‘사이언스’가 붙어있다. 사이언스의 의미는 과학이다. 과학이 중요하다. 우리가 인문학은 사이언스라고 하지 않지만, 사회과학, 자연과학에는 사이언스라는 말이 추가된다. ‘서비스사이언스’는 ‘서비스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며, 서비스를 연구하는 것이 하나의 독자적 학문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서비스에 과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접근은 오래된 일인가?

= 2004년부터다. 미국에서부터 시작했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의 활동결과로 서비스를 하나의 과학으로 탄생시켰다. 앞으로도 미국이 서비스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남아야지만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서비스사이언스’가 시작되었다.


-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피부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

= 서비스의 가치 측정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1시간 강의를 한다면 그 가격은 어떻게 결정하나? 누구는 시간당 10만 원, 누구는 몇 백만원, 몇 천만 원을 받고 있다. 컨설팅 비즈니스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사이언스를 통해 이런 서비스가격과 서비스가치와 서비스생산성에 대한 관계가 과학적으로 정립될 수 있다. 수리적 방법, 실험, 설문조사 등 과학적 방법을 통해 서비스의 본질탐구, 서비스경영연구, 서비스기능 연구, 서비스인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서비스사이언스다.


-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비중을 살펴보면, GDP의 59%다. 고용비중은 69%정도로 나타난다. 교수님께서는 이를 72%까지 올리면 일자리가 약 64만 개 정도 나온다고 예측하셨다.

= OECD 평균 고용률이나 부가가치를 비교해 계산한 결과다. 단순 평균을 사용한 것은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에 쉬운 비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용인구는 약 2,600만 명이다. 그것의 1%는 26만 명이다. 만약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약 3%p 정도 늘어나면 64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경제가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 사람의 노동력의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을 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의 가치는 균형 있게 측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특히 단순 서비스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우리 경제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 질을 생각하지 않고 양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당연히 질적 수준 향상이나 부가가치 창출과 함께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준다는 것이 병행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그 수치가 의미 있다. 단순하게 말해 고용이 늘어나면 부가가치는 함께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59:69(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 59%, 고용 비중 69%)의 뜻을 보자. 이는 100명 중 69명이 서비스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 버는 돈은 59원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1명이 1원도 못 가져가는 구조다. 반면 제조업은 16명이 일해 30원을 버는 구조다. 1원 이상을 가져간다.


- 한 사람이 일해서 자기 몫을 벌어내지 못하는 구조라고 하셨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노동자 각 개인이 적정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 제조업 중심의 성장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집안에서도 자녀가 둘이 있을 때, 큰 아이만 대학을 보내고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만 나와서 취업하라고 한 것이다. 이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산업을 키우자고 경제개발계획을 1962년에 시작하면서 공업입국을 선언했다.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제조업을 열심히 키웠다. 이때 서비스는 제조업을 키우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나 컨설팅은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 중요하지만 대부분 중간투입물이다. 그런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간투입에 들어가는 비용, 즉 서비스의 비용을 줄여온 게 현실이다. 둘째 아이처럼 서비스업이 희생 되어온 것이다. 그 결과 제조업은 빠른 시간 안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 않다. 제조업만 가지고는 물건을 더 이상 고가에 팔기가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자동차만 봐도 연비만 좋으면 될 줄 알았는데, 디자인이나 내부 전자기기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다. 즉, 서비스업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통화품질만 좋으면 될 줄 알았는데,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한 서비스가 들어가야지 훨씬 고가의 제품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 단순 제품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그렇다. 제조업에 서비스의 기능이 부가되고,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아주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 최근 세계가 다시 제조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제조업 3.0을 하자고 한다.

= 이는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제조업의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인이니까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고, 이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 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바로 서비스업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제일 큰 차이는 무엇인가? 제조업에서는 예를 들어, 휴대전화 만드는 공장이 기흥이나 멕시코에 있다. 즉, 휴대폰 소비하는 곳과 생산하는 곳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 사이에 유통이나 물류가 들어가 하나의 산업구조가 형성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 생산과정에 참여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생산과 소비가 완전히 분리된 게 제조업이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다르다. 음식을 먹으러 가면 음식 먹는 자리에서 조리해서 바로 소비한다. 강의를 듣더라도 한 공간에 선생님과 앉아 공부한다. 환자가 의사와 한 곳에 앉아 진료를 받는다. 생산과 소비가 일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은 큰 공장과 땅, 설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땅이나 큰 설비 없이 제조가 이뤄질 수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보라. 내 방에서 제조를 할 수 있게 됐다. 기술 혁신에 의해 제조업이 서비스화 된 것이다. 즉, 생산과 소비가 일체화됐다. 저는 이를 ‘산업 간의 경계가 없어졌다’고 표현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하나의 산업이 된 것이다.


- 과거 제조업은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했다. 무인화나 자동화, 그리고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생산자의 소규모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 가능 인구를 줄어들게 하는 역효과가 걱정된다.

= 우리(서비스사이언스학회)가 ‘서비스강국코리아’를 말하는 이유다. 가만히 놓아두면 고용 여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신산업을 계속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조업은 추락할 것이고, 서비스업도 추락할 것이다. 제조업은 고용이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보인다.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서비스는 무형재화다. 휴대전화를 한 대 이상 갖고 있나? 그렇지 않다. 하지만 와인을 생각해보자. 1만 원 짜리 먹다가 100만 원짜리 먹을 수 있다. 인간의 욕구라는 것은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산업을 계속 만들어주면 거기서 계속 일자리가 나온다. 옛날에 금융 산업이 있었나? 네덜란드에서 1600년대 초에 주식회사 시스템을 만들면서 세계의 금융 산업 고용인구가 얼마나 많아졌나? 1930년대에는 경영컨설팅이 산업으로 만들어져서 유능한 인재가 이 영역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 관광레저서비스, IT서비스 등 많은 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산업을 늘리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 제조업 중심 사고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 같다.

= 그래서 쓰나미가 필요하다. 한 두 사람 마음 바꿔 될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실무자가 이렇게 가자고 해도, 사장이 아니라고 하면 못 한다. 결국 대한민국 5천만 인구가 그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행기를 만든 것은 라이트 형제이지만, 그 전에 이미 혁신은 일어났다. 옛날에 사람들은 하늘을 날기 위해 하늘을 나는 새처럼 날갯짓을 하려고 했다. 무수한 천재들이 천 년 이상 날개 모델로 하늘을 날려 노력한 것이다. 다빈치 같은 천재도 그랬다. 하지만 이 모델은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젊은 청년이 “인류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뜨는 힘과 나아가는 힘을 분리해 설계해야 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그 이후 100년 간 연구개발해서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띄운 것이다. 양력과 추력을 분리한다는 생각 하나가 100년 동안 퍼지면서, 오늘 같은 비행기가 나온 것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 체계를 바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 그걸 믿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걸 실험해서 비행기가 나온 것이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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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놈을 잘 키우자고 한 것은 부모다. 마찬가지로 제조업을 키운 것은 정부다. 개개인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문제라면, 앞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전처럼 많지 않을 것 같다.

= 부모는 노쇠했고, 자식은 컸다. 큰 아들은 부모님 유산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내 의사결정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큰 아들 키워서 성장한 경험이 있으니까, 작은 애 보고 참으라는 사고방식을 아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순망치한 관계임을 인식한다면 변화될 수 있다. 산업간 경계가 해체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도 산업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 그래도 정부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의 골자는 무엇인가?

=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기초체력 강화법이다. 서비스산업이 융성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서비스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인데, 연구개발에 대한 그간의 지원은 제조업에 99%가 갔다. 차츰 나아져서 지금은 2~3% 정도가 서비스업으로 오는 것 같다. 또 다른 한 가지가 인재 양성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긴 하지만, 양질의 인력은 적다. 기존의 것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통찰력과 지혜를 가진 창조적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교육도 바뀌고, 성인교육 시스템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업발전기본법은 이런 변화를 위한 기본 토대 구축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 서비스업은 이른바 ‘갑을관계’ 문제가 많다고들 얘기한다.

= 사실 서비스사회는 수평사회다. 모두가 동등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서비스경제는 위, 아래가 없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갑질’하는 구조가 없어지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회계감사를 보자. 회계법인과 고객기업이 양자 계약을 할 경우, 회계법인은 고객기업의 회계에 대해 정확한 감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객기업이 계약 갱신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회계법인은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서비스업에 있다. 이런 구조는 계약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독립기관을 만들어 3자구조의 계약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회사는 기관에 돈을 맡기고 회계법인이 정확한 감사를 했을 경우에만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만들어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 그럴 경우 감시비용은 늘어날 것 같다.

= 그 역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 수평적 구조로 사회 경제 전반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변화는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정부 정책이나 예산구조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겠다.

= 산업간 융합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각 부처가 서로 자기 일만 챙기기 때문이다. 의료관광의 경우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에 관광기능이 있고 의료기능은 보건복지부에 있기 때문에 협업이 필요하지만 원활한 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지금과 같은 수직적 구조에서는 신(新)경제가 나오기 어렵다.


- 정부 부처 간 융합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 제가 국정감사에서도 이야기했다. 지금의 정부구조가 수직적 사일로 구조(Silo Structure)라서 국가발전, 산업혁신, 국민행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이를 수평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수직적으로 나눠진 구조가 신경제로의 이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조직구조 혁신,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은 정말 어려운 주제다. 이것은 우리 시대가 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 수평구조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비스업에 왜 ‘갑을관계’ 문화가 만연한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갑을문제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선진국에도 같은 표현이 있지만, 이는 전문가가 ‘나의 전문성을 발휘해서 고객의 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자기 전문성의 표현이다. 고객보고 갑질하라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나는 고객이니까 왕처럼 행동해도 되겠구나’라고 왜곡됐다. 돈 주는 사람은 돈 받는 사람에게,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왕처럼 해도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스며들었다. 서비스업의 본질은 수평적 관계에서 자신의 역량을 가지고 서비스해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무형경제, 수평사회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편이다.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훈련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형적인 것에 대해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요구하는 구조다. 그러면서 책임은 아랫사람이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동등한 상태에서 서로가 각자의 역량으로 최선을 다해 살면서 책임과 권한을 나눠 갖는 사회, 이게 선진적인 사회다. 서비스 강국이 되려면 이것부터 해야 한다.


- 얼마 전 칼럼에서 우리 사회 지도층의 인식개선 필요성을 말씀하셨다.

= 지식인들이 노력봉사, 지식봉사도 하고, 철학적 성찰도 하면서 사회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주로 눈에 바로 보이는 단기적인 일에 관심을 갖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장기적인 기본을 다지는 일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그런 일들은 빛이 안 나기 때문이다.


- 어쨌든 기업들이 이윤창출의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긴 했지만, CSR(기업의사회책임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 이윤창출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사회를 위한 진정한 공헌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고. 기본적으로 인식개선과 교육개선 활동에 기여해야 한다. 가정교육, 대학교육, 평생교육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라는 커뮤니티에서 각자가 각자의 역할을 한다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위한 공헌은 기업들의 수요기반을 강화하는 것과도 부합되므로, 윈윈(win-win) 활동이라 생각된다.


- 문제의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늘 교육 문제가 기저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인적 자원의 토양이 더 황폐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 교육과 사회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 변화의 주체들이 다 다르다. 그래서 통합적으로 큰 운동 같은 것이 일어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철학적 디자인 작업이 필요하다. 개별 제도 한 두개 개선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가 쉽지 않다.


-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비스업은 문화나 언어가 관련되어 있어, 해외로 나가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은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비전을 가져야할까?

= 분류를 좀 해야 한다. 해외로 나가기 어려운 산업도 분명 있다. 그런 산업은 안에서 자체경쟁력을 갖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IT서비스, 의료, 금융, 교육, 관광레저서비스 등은 잠재력이 있다. 특히 ICT기반으로 서비스업이 혁신된다면 제조업만큼 해외진출이 쉽다. 그리고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의 진출도 활발해져야 한다. 기술혁신의 효과로 서비스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술혁신과 해외진출에 굉장히 좋은 때다. 지금은 신기술, 신산업의 생성기다.


- 한국 서비스경제의 모델을 꼽는다면?

=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을 우선 벤치마킹하고, 이들 국가를 추월하는 새로운 서비스경제 모델을 우리가 창출하고 구현해야 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서비스업이 커진다고 해서 제조업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선진화된다는 점이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먹을 것, 입을 것, 노는 것들이 ‘융합’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경제의 미래 먹을거리를 고민하면서 우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둘 중 어느 것을 고를 것인지를 두고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해오지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21세기의 부모는 첫째와 둘째를 고르게 성장시킬 능력이 있다. 둘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 그리고 첫째와 둘째가 사이좋게 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21세기는 첫째와 둘째의 제로섬 게임 구조를 탈피한 지 오래다.

김현수 교수와의 만남은 국가 경쟁력의 기본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줬다. 갑을관계로 점철된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수평적 문화’를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인터뷰 및 정리: 심나리 선임연구원, 김항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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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역임

한국IT서비스학회 회장 역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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