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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육만이 대안이다 ⑥ 안선회 교수

더연 / 기획인터뷰 / 2016.02.18


교육만이 대안이다 ⑥

사교육과 대입제도 개혁 - 안선회 교수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산업화 시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동력이었다. 그러나 2015년, 우리교육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가고, 교육이 세대 간 계층 대물림의 수단이 되고 있다. 사교육비는 중산층마저 빈곤의 딜레마에 빠트렸으며,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창의적 인재 육성은커녕 어떤 미래 시민도 살려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의 깃발을 올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때로는 병증을 더욱 악화시켰다. 하지만 교육이 우리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도려내고 다른 무엇으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의 반영인 동시에, 사회의 모습을 통해 그 공동체의 교육이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다는 뜻이리라. 지금 한국교육의 위기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진 것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옳다. 그렇다면 위기의 한국사회를 구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 역시 ‘교육’을 통한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는 교육 문제에 천착해온 교육 현장, 학계, 정치,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지혜를 듣는 ‘교육만이 대안이다’ 시리즈를 통해, 위기의 한국을 구할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인터뷰] 교육만이 대안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과 교육정책 진단 - 이해찬 의원 

5·31 교육개혁의 평가와 포스트 5.31 과제 - 하연섭 교수 

초중등 교육과정 개혁 - 정성식 교사

④ 중등교육과 공교육 정상화 - 이기정 교사

⑤ 인적자원개발과 대학체제 개혁 - 장수명 교수

⑥ 사교육과 대입제도 개혁 - 안선회 교수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인 12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60대 이상의 부채비율이 높다. 그 이유는 뭘까? 40대에 자녀 교육비 지출로 저축을 하지 못하면서 부채 조정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대의 사교육비가 60대 노년의 삶까지 발목 잡는 형국이다.

사교육비 지출 증가는 대입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입시제도가 바뀔 때 마다 사교육 시장이 출렁이고, 뛰는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쓴 정책이 다시 사교육을 불러들이는 일이 되풀이되어 왔다.

 

입시제도와 사교육 문제를 연구해온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역대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이 실패를 거듭했던 이유를 ‘대증요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진짜 원인을 보지 못하고 선행교육 폭증과 사교육비 증가 같은 현상을 대응하는데 매달렸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사교육을 절대악으로 보는 시작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개개인의 발전과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 과목을 대폭 늘린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의 파행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입준비-전공학습-취업진로의 불일치를 줄일 수 있는 진로맞춤형 모집단위별 반영과목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 비중 축소 및 적극적 차별정책으로의 전환, 창의력 등 고급사고력 중심의 수능과 공동논술 도입 등도 제안했다.

 

 

- 사교육과 입시제도는 늘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 입시제도가 우리 교육의 본질적 부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교육뿐 아니라 사실상 초등학생 사교육까지 좌우하는 게 바로 대학입시다.


- 사교육 과열의 원인은 무엇인가?

= 문화적 요인이 강하다. 학부모의 교육열이라든가 학문을 통해 입신하려는 전통적 욕구도 있다. 사교육 원인에 관한 여러 이론이 있지만, 가장 타당성 있는 것은 지위경쟁이론이다. 사회적 지위는 한정되어 있고 그 지위를 얻는 데에 대학 학벌과 학과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입시경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교육 과열은 공교육 실패 때문이 아니다.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근절될 것이라는 건 환상이다.


-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나?

= 근절 불가능하고, 근절할 필요도 없다. 사실 사교육도 교육이고 학습이다. 똑같은 교육을 학교에서 하면 좋은 교육이고 학원에서 하면 나쁜 교육인가? 아니다. 모두 그냥 교육이고,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발전과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다. 사교육이 있는 것 자체보다, 개인과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과 학습이 심화되어서 사회발전을 훼손하는 것이 더 문제다. 그 핵심 고리가 대입 정책의 실패다.


- 교육이 사회발전을 훼손한다는 것은 무슨 얘긴가?

= 국영수 중심의 대입이 이뤄지면 (일률적으로 국영수 공부를 해야 하므로) 학생 각자가 희망 전공과 진로에 맞는 학습을 할 수가 없다. 대입 준비와 진학을 통해 자기의 장점, 적성, 잠재력, 창의성이 키워지려야 키워질 수 없다. 그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게다가 이런 입시를 통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면, 그건 악(惡)이다. 사교육뿐 아니라 공교육도 때로는 악이 될 수 있다.


-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교육적 결과로 평가해야한다?

= 공교육은 옳고 사교육은 나쁘다는 이분법이 잘못된 것이다. 물론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고, 그것이 또 다른 불평등의 기제가 될 수 있으니 줄여야 되는 건 맞다. 하지만 공교육, 사교육 할 것 없이 교육적 역할을 못한다면 둘 다 실패한 거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학교붕괴론’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저는 교육의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신은 여전히 지식 암기 중심이었지만, 대입은 고급사고력 중심 수능에 통합교과다 보니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다. 학교는 약화됐을지언정 사교육은 북적북적했다. 교육 자체의 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 부정교합이 크다. 교육을 통해 창의성이 길러지지 않고, 적성, 진로,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에 순응하는 인간이 된다. 학생부종합전형 과정에도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기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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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에서 동일한 기준 대신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면,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 ‘하나만 잘 하면 대학갈 수 있다’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 일반화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적절히 적용됐다면 나름 의미 있는 정책이 됐을 텐데, 지나친 면이 있었다. 학생들도 거기에 희망을 걸고 동조하려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많이 따라가지 않았다. 여전히 수능 중심, 국영수 중심 체제였다.

하나만 잘 하면 대학 간다’는 게 일반화할 수 없듯, ‘국영수 다 잘해야 된다’는 것도 일반화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학 박사인 저도 수학은 잘 못한다. 국영수 모두 필요한 분야가 있고, 그 중 어느 하나 또는 두 개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국영수 외 다른 과목이나 재능이 필요한 곳도 있다. 진로와 전공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고, 그걸 키워줘야 한다.


- 공교육은 ‘국민교육’이라고, 국민으로서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익히는 공통 기본교육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이런 체제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특장점을 미리 알고 개발한다는 게 가능할까?

= 그게 바로 국가주의적 사고다. 사실 국가주의적 사고의 경향이 강한 것은 좌파다. 우파는 자유주의적 사고가 강한 것이 일반적이다. 단, 극단적 보수주의는 국가주의적 경향이 있다.

이명박정부는 초·중학교까지는 공통교육과정으로 하고 고등학교는 선택교육과정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다. 다만 여러 비교과 활동을 통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게 열어준다. 우리도 방과후 활동이 정규교과 외 활동이긴 하지만, 공식적인 교육활동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본다면, 초·중교육도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식의 교육은 아니다.

고등학교는 어느 나라나 선택의 폭을 많이 열어놓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우파 자유주의 정부인데, 통합형 교육과정을 하겠다며 국사와 함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놓았다. 게다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에서도 필수로 지정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의 특장점, 강점이 길러지기 어렵다. 오히려 억압될 수 있다.


- 수능 필수과목이 늘어나는 것은 왜 문제인가?

= 인재상,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수학습방법, 평가방법을 담아내는 게 교육과정인데, 사실 대입제도에 의해 교육과정이 좌우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대입에서 어떤 필수과목을 요구하고 교육과정에서 필수화시켜버리면, 아이들은 이 과목을 모두 잘해야 한다.

MB정부도 지나치게 줄이긴 했지만, 국영수와 탐구 두 과목을 시험 봤다. 대부분의 대학은 두 과목 중에 한 과목을 반영하니, 국영수에 탐구 한 과목만 공부하면 됐다. 그런데 앞으로 국사, 물리·화학·지구과학·생명과학이 포함된 통합과학, 지리·일반사회·윤리·역사가 포함된 통합사회까지 모두 필수화되면, 9개 교과목이 수능에 반영되는 것이다. 과학탐구실험까지 필수화되었으니 공부해야 하는 것은 총 10개다. 아이들로서는 거의 미칠 지경일 것이다.


- 학부모라면 두 가지 입장이 있을 것 같다. 입시를 생각하면 과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는 전반적으로 가르쳐야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 두 가지 요구 모두 틀렸다고 볼 수 없다. 다 실현되도록 하면 된다. 배우고 싶다면 그걸 배울 수 있는 길만 열어주면 되는 것이다. 모든 학생에게 거의 전 과목을 획일적으로 필수로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가주의적 관점이다.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공통필수로 하는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한국사 국정화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과정은 우리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다. 오래지 않아 다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진로를 못 정해 두루두루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그렇게 공부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정도에서 멈춰야 한다.


- 선택 과목이 다양화되면 입시전형도 복잡해지는 것 아닌가? 이미 2천여 개, 4천여 개라는 얘기도 있다. 전형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해서 입시 컨설팅 없이는 진학지도가 어렵다고 한다. 입시정책이 입시컨설팅 시장을 탄생시키고 또 다른 사교육비 지출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 이명박정부가 만들어놓은 결과다. 이명박정부는 대입문제의 핵심을 정부의 규제라고 봤다. 노무현정부 말기에 내신 비중 확대를 강요하다시피 했다. ‘내신확대’라는 내용이 문제였는데, 이명박정부는 ‘강제, 강요’를 핵심으로 보고 대입자율화를 추진했다. 자율화 수단이 입학사정관제 확대였다.

입학사정관제도의 본질적 특성은 입학에 관해서 대학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기준과 전형을 통해 선발하는가를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 과정이 은폐된다고 할까. 사회적 통제가 불가능하다. 대학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수없이 다양한 전형이 생겨나고, 1년 후에는 또 바뀐다. 이게 대입자율화의 결과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현재는 전형요소별 비율로 전형을 구분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영 과목이다. 진로에 맞춰 모집 단위, 계열별로 반영할 수 있는 과목을 달리하면, 그 모집단위별 반영 과목 모델은 모든 대학에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정 전공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과목을 중심으로 공부하면 되고, 어느 대학이나 지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전형이 더 명료해지고, 진로맞춤형이 되면서, 대입 준비 과정에서 진로에 유의미한 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원하는 전공에 진학하니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고, 대학의 전공학습과 취업에서의 불일치를 극복할 여지도 커지는 것이다.


- 하지만 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전공보다 학교 타이틀을 보는 게 현실이지 않나.

= 왜 학교 타이틀을 보는가. 그것이 그 사람의 역량을 판단하는 거의 유일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학벌 외에 학생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변수를 사회나 기업에 제공하고 있는가? 없다. 핵심역량이나 직무역량 등 대학의 교육성과, 대학생의 학습성과를 객관적으로 드러내 줄 아무런 준거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상대평가를 하고 있다. 아무리 잘 해도 무조건 등급을 갈라서 비율에 맞춰 성적을 나눠준다. 아무리 못해도 역시 그 안에서 갈라진다. 노력하지 않는 대학과 학교, 노력하지 않는 교수와 교사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내신 상대평가만으로는 교육성과나 학업성취가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 그래서 스펙을 쌓게 되고.

= 그렇다. 스펙을 확인해서 다른 역량이 있나 확인하게 되는 것인데, 역시 사교육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학업성취를 확인할 수 없는 지금의 시스템은 대학교육의 정상화도 가로막고 있다. 전공을 아무리 가르쳐봤자 취업이 안 된다. 어차피 대학에 들어올 때 서열이 졸업할 때의 서열로 연결되니까. 결국, 우리 교육에 두 가지 미스매치(불일치)가 나타난다. 고교학습과 대학진학 간의 미스매치, 그리고 대학전공학습과 취업 간의 미스매치다.


-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한 입시제도로 ‘국공립대 통합선발’ 방안도 제시되는데.

= 일종의 대학평준화체제로 가자는 것인데, 단견이다. 우리는 국공립대의 비율이 적다. 80~90%가 사립대다. 서울대와 지방대 차이를 없앤다 하더라도, 사립대 중에서 우수대학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에 지원을 해주고 준국립대학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과 대입제도에 대한 올바른 상을 갖지 못하면 문제는 역시 반복된다.

어쨌든 국공립대학을 통합했다고 치자. 아이들이 통합지원을 하더라도 어디 가서 공부하기를 원하겠나. 서울캠퍼스에 가기를 원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면 추첨을 해야 할 텐데, 어디에 우선권을 줘야 하나. 방법이 없다. 서울 거주 학생 수가 많으니까, 그냥 추첨을 하면 서울 애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다. 누가 얼마나 찬성하겠나.

2년 과정의 교양대학을 먼저 이수하고 그 다음에 학과 진학을 하는 ‘국립교양대학안’도 나왔다. 이건 경쟁을 2년 유예한 것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방식도 아니고, 초·중등교원들의 반발 때문에 정치적 실현가능성도 없을 것이다. 대학들도 찬성하기 어렵다.


- 실현가능성이나 실효성이 없다?

= 프랑스도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랑제꼴이라는 엘리트대학이 별도로 있다. 그거 다 없애면 대학경쟁력 신장과 국가 발전은 어떻게 하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그렇게는 안 한다. 전반적인 대학교육의 혁신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 대학교육의 혁신 방향은?

= 공통 핵심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대학의 교양교육이 강화되고 혁신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 평가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별 논술이 고등학교 교육을 혁신하는 데 별 도움을 못주고 있듯 기업별 시험을 대학이 대비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러니 내팽개쳐놓고 있다. 학자들이 참여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협력을 하든지 해서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공통직무능력평가를 마련한다면, 대학은 교양교육을 혁신해서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공통직무능력을 향상시키도록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전공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전공학습도 지식 중심이 아니라 역량 중심으로 해야 한다. 직무능력은 각 직군 직능단체가 있으니, 분야별로 만들 수 있다. 교육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두고 하되, 직무능력평가는 세분화할 필요 없이 중범위 정도로 해도 된다. 더 상세한 평가는 기업에 맡기면 된다.

시스템이 바뀌면, 학생들의 역량이 객관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잘 못 가르친 티가 나게 된다. 노력하면 긍정적 변화가, 노력하지 않으면 부정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전공과 분야별로 학교 서열이 바뀔 수도 있다. 굳이 학벌에 연연할 필요가 없고, 기존 학벌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대학과 학생이 노력하면 서열이 바뀔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간판만 따지는 획일적 서열이 아니라, 전공분야별 다원적 서열, 바뀔 수 있는 유연한 서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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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고교교육의 혁신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수능의 연계성도 중요하겠다.

= 그런데 문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국영수, 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다 필수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정과 수능을 일치시키려면 수능에서도 이 과목을 모두 필수로 만들어야 한다. 그건 수능을 죽이는 일이다.

90년대 수능이 처음 도입됐을 때, 아이들이 학원에 몰려갔다. 학교에서 고급사고력 중심으로 못 가르치고, 통합과목을 못 가르쳤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을 수 있지만, 선택해서 배울 수는 없지 않나. 그간 수능에서 고급사고력 테스트는 점점 완화되었다. 쉽게 말해 ‘물수능’, 난이도가 낮아졌다. 그럼 문제는 통합이다.

옛날에는 각 과목을 나눠서 가르쳤다. 그런데 시험문제는 통합으로 나온다. ‘나는 나눠서 가르칠게. 너희는 머리에서 통합해라’ 그럼 할 수 있나? 그게 쉽게 안 되니까 교과별 통합을 포기하고 단원별 통합으로 갔다. 말이 통합이지, 사실상 통합적 사고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다시 통합으로 간단다. 학교에서 통합형 교육을 할 준비가 되나? 기존 과학 선생님 중에 물리·화학·지구과학·생명과학을 다 가르칠 수 있고, 사회선생님 중에 지리·일반사회·윤리·역사를 전부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있나. 현재 시스템 내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계속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여전히 선생님들은 과목별로 나눠서 가르칠 것이다. 그런데 필수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늘어나면, 학원으로 가야 한다.


- 교원양성 단계에서부터 먼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 이전 교육과정에서도 공통사회, 공통과학이 있었다.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아니라 차라리 공통사회, 공통과학을 그대로 놔두고 하나의 선택과목으로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필수과목이 늘면 사교육이 증가할 것 아니냐고 하니까, 교육부 고위관료가 옛날 공통사회, 공통과학처럼 적게 가르치겠다고 한다. 그럼 교육수준이 어떻게 되겠나.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본말이 또 전도되는 거다. 실수를 은폐하고 말로 만회하려다 보니 이런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 수능 사교육 완화를 위해 도입한 EBS 연계 정책은 어떤가?

= 발문, 보기 지문, 표, 그래프, 그림, 선택지까지 EBS에서 그대로 낸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내팽개치고 EBS 교재를 달달 외워야 한다. 고급사고력 중심의 시험이 지식암기 시험으로 타락해 버렸다. 학력고사보다 못한 테스트가 됐다. 사교육은 줄일 필요가 있지만, 엉뚱한 해결책을 적용시켜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 수능-EBS 연계정책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완전히 없애기 어려우면, 교육내용 즉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연계해야 한다.


- 수능 자체를 자격고사화 하자, 일종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처럼 하자는 주장도 있다.

= 대학입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적을 경우에나 의미 있는 얘기다. 모집정원이 더 많은 상황에서 자격시험으로 자르면, 대학을 가고 싶어도 못가는 학생이 생기고, 학생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대학이 생길 수 있다. 서로 다 망하는 거다. 

그럼 등급을 나눠서 어디까지는 전문대학을 가고 그 위로는 4년제 대학을 가도록 할까? 결국 수능 등급제다. 그런데 수능 9등급제가 강한 발발에 부딪쳐 한 해만에 폐지되지 않았나.

다른 나라의 경우, 말이 자격고사지 성적이 많이 반영된다. 핀란드는 자격고사를 6일 동안 하루 한 과목씩 논술로 본다. 공통과목은 물론 선택과목도 있다.

결국 수능 자격고사화는 수능을 무력화하고 입학사정관제를 100%로 하자는 이야기다.


- 수능 난이도 논란도 단골 이슈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난이도가 춤을 추면 안 된다. 물수능, 불수능 논란은 필요가 없다. 적절하고 비슷한 난이도가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 고급사고력 중심의 수능과 공동논술은 좀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고급사고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측정 할 수 있는 평가 방식으로 가야한다.


- 논술을 수능에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하셨다. 학교별 논술을 없애고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논술은 채점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전 수험생을 한 사람이 채점할 수는 없지 않나.

= 중국은 940만 명이 한 번에 시험을 치른다. 프랑스와 독일도 대입 논술을 보고 채점한다. 교수와 교사가 전문적 검토와 합의를 통해 평가요강을 자세하게 만들면 된다. 실제 해외 사례를 봐도 평가매뉴얼이 아주 두껍고 상세하다. 채점자에 따라 평가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면 공개적 절차를 거쳐 재채점 할 수도 있다. 대학별 논술에서는 어려웠던 일이다. 이렇게 공동논술을 시행하면 지금의 대학별 논술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 공동논술이 도입된다면 학교에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


- 그럼 또 사교육이 나오지 않겠나.

=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공동논술은 의무가 아니라 대학과 학생이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학별 논술은 학교에서 거의 준비를 못한다. 무조건 사교육에 간다. 하지만 공동논술이 도입된다면 표준화된 시험이기 때문에 학교와 EBS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 학교에서 발표와 토론,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논술사교육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나마 생산적인 사교육이다.


- 현재 입시제도에서 수능보다 중요한 전형요소는 내신이다.

= 우리나라의 교사 대부분은 수능보다 내신 방식이 낫다고 얘기하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참여정부 당시 사교육은 수능 사교육이었다. 수능이 사교육의 원인이고, 수능에서 계층 간 격차가 많이 반영되니 지방 아이들이 피해 보는 것 같고, 그래서 수능을 안 하면 지역불평등과 학교 간 격차도 깨질 것이라고 희망을 한 것이다. 마치 진보적인 것 같잖나.

결국 내신 반영을 높였다. 내신이 입시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니 아이들은 다시 내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능은 한 번이지만 내신은 10번 이상 시험을 보니, 그걸 잘 보려면 중학교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선행학습이 더 중요해졌다. 참여정부 때 사교육비가 대폭 증가한 것은 내신 강화 때문이다. 이건 좌파의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기 프랑스 우파정부가 입시에서 내신 비율을 20% 높이려고 하니까 대입 선발에서 불평등이 재생산된다며 10만 명이 넘는 학생이 거리로 나와 데모를 했다. 프랑스 교원노조도 반대를 해서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 내신 강화 정책은 시험 한 번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에서 얼마나 성실히 해왔는가를 봐야한다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 만약 수능을 10번 본다면, 내신과 수능 중 뭐가 더 뛰어난 평가방법이겠나? 고급사고력 중심의 수능이다. 그래서 일단 3학년 1학기 말과 2학기 말에 치르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 수능 횟수를 늘리면 일제고사와 뭐가 다른가.

= 전 과목을 입시에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참여정부 때 등급만 제시하고 표준점수도 안 줬다. 등급만으로 변별력을 가지려면, 반영 과목수가 많아야 한다. 결국 한 줄 세우기가 된다. 현재는 수능에서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까지 다 나온다. 수능으로도 전공에 맞는 과목을 특성화시켜 별도로 반영할 수 있다. 수능Ⅰ과 수능Ⅱ를 나누어서 수능Ⅰ은 공통으로, 수능Ⅱ는 선택심화과목과 공동논술로 가는 방안도 검토 할 수 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논술이든 전공 분야와 모집단위별로 다른 과목을 입시에 반영하게 할 수 있다. 마치 학생부종합전형을 해야만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지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오히려 비교과에서만 그걸 보고 있다.


- 선학행습이 사교육비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2014년 9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이 제정됐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성과와 후속 조치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 대증요법이 아닌 병인요법을 써야 할 텐데, 밖으로 드러난 선행교육만 보고 프레임을 만들었다.

사실 내가 공부하는 걸 국가가 어떻게 막나. 학습은 본질적으로 기본적인 자유권의 영역이다. 막을 수 없고 막으면 안 되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해서는 안 될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결국 사교육은 못 막고, 학교는 막아놓았다. 원래 학교 정규수업은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니, 학교 선행교육을 막는다는 것은 결국 방과후 교육을 막는 것이다. 그나마 방과후학교가 유지되는 것은 비용도 적고, 학교 시험문제를 출제할 선생님이 가르친다는 이점 때문인데, 방학 때는 그것보다 선행교육이 더 유용하다 싶으니 학원으로 간다. 공교육은 규제하고 사교육은 조장하는 법이 되어버렸다.

잘못된 법인 것을 알았으면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해야 한다. 최소한 방과후학교만이라도 풀어야 한다. 나머지 것은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넣어버리면 된다. 사소한 것은 정부방침으로 하면 끝나는 문제다. 특별법이라는 위상에 맞는 내용도 아니다.


- 내신을 5등급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제안도 하셨다.

= 2004년 고교내신을 상대평가로 바꾼다고 했을 때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당시는 내신 비중이 10~30%였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 들어 내신 비중 확대를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적으로도 절대평가가 교육적으로 좋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내신의 변별력을 약화시키면 대학입시에서 내신 반영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절대평가를 하면 내신 부풀리기가 나와서 변별력도 신뢰성도 없다는 우려인데,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내신 부풀리기는 판별할 수 있다. 이것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절대평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대입전형이 복잡해서 2012년 대선 때도 입시제도 간소화가 공약으로 나왔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학별로 수능과 내신, 논술, 면접 등에 가산점과 비율을 다르게 적용하면서 ‘간소화’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 간소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원인도 제대로 파악을 못했고 대책도 바르지 않다. 교육부의 정책연구보고서를 보면 이명박정부의 대입자율화로 대입전형의 복잡성이 매우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입학사정관제(現 학생부종합전형) 때문이다. 그럼 입학사정관제를 줄여야 하는데,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이것을 더 확대시켰다. 대입이 더 복잡해졌다.


- 학생부종합전형 위주로 뽑는 수시의 비중이 정시(수능)보다 크다.

= 서울의 주요 대학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대학 마음대로 평가할 수 있다. 고등학교별 차이도 반영할 수 있다. 그럼 특목고, 자사고가 우대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반학교의 수능 대비능력 자체가 떨어져버렸다.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도 있으니까 우리아이들을 좋은 대학 보낸다고 얘길 한다. 어떻게? 비교과를 부풀려서. 비교과를 잘 써서. 그 과정은 아이들 능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부모와 선생님이 나서서 학생부 잘 꾸며주고, 사교육 도움 받으면 얼마든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대입에서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학교와 담임교사 변수가 너무 많이 작용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학교와 담임교사를 선택할 수도 없지 않은가?


-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 먼저,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적극적 차별 정책의 일환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선발이나 계층균형선발을 강화하고,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해 적성과 특기를 발현시켜 온 인재를 뽑는 진로개척자전형 정도를 추가한다면 좋을 것이다.


-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대단하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야겠는데 여론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 모든 전형은 장단점이 있다. 결국 교육적 본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면서, 부수적 부작용을 극복하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 일단 수능과 논술을 제대로 만들자. 학생부종합전형은 당장 없앨 수 없다. 정책이 한번 형성되면 경로의존성이 있어서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나치게 많은 대학은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교과전형을 좀 더 늘리도록 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 내에서도 교과, 비교과 반영비율에 대해 칸막이를 할 필요가 있다. 비교과 반영비율은 10-15%수준이 적절하다. 전형 내에서도 진로에 맞는 과목 모델을 만들어주자. 내신 시험도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수능과 논술을 함께 대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논술을 본다면 학교 교육과 EBS를 통해 대비할 수 있다. 함께 죽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일단계로 수시와 정시를 반반으로 만들자. 현재 70%인 수시 비율을 좀 줄이자는 거다. 논술 보는 대학을 약 10-15% 정도로 조정하고, 그럼 35-40% 정도를 학생부전형(교과+종합)으로 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은 15% 이내로 줄이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을 위한 전형으로 적용하자는 거다. 추후 전반적인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을 써도 돈 있는 사람은 또 돈을 쓴다. 그런 사교육은 막을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중산층 이하 사람들도 돈 걱정 없이, 자기가 노력만 하면 충분히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면 된다. 그래야 우리사회가 교육을 통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및 정리: 최해선 선임연구원



안선회교수 프로필.jpg


안선회

현. 중부대학교 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

고려대 교육학 박사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2기 상임전문위원

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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