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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제, 길을 찾아 나서다 - ② 양민양 KAIST 교수

더연 / 기획인터뷰 / 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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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길을 찾아 나서다 ②

재조명되는 제조업, 위기와 전망 - 양민양 KAIST 교수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입버릇처럼 터져 나온다. 국민 평균 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쉬이 들을만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자. 꿈꾸던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의 길은 막막한 청년 세대, 자녀들 교육시키고 집 한 채 마련에 청춘을 바쳤지만 부모 세대 봉양에 또 한 번 굽은 등을 펴야 하는 중장년 세대, 수명은 길어졌지만 가난과 외로움을 상대로 긴 싸움을 벌여야 하는 노년 세대. 이것이 대한민국의 2015년 얼굴이다.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주어도 모자른 때에 정부는 일자리 '창출'보다 '나누기'에 매진하며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고, 보수가 시장친화적이라는 통념을 깨고 시장에 대한 입김도 날로 더하고 있다. 덩달아 세계가 평가하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구조개혁이 시급한 때에 사회 갈등과 경제 왜곡만 심화되고 있다는 경종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식상한 구호에 '우리 경제가 살아있던 적이 있기는 하냐'라고 농담처럼 되묻지만,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의 파고를 맞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생사를 가르는 절벽 위에 서있다고 경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는 헐떡이는 경제에 산소를 불어넣는 마음으로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과제들을 차근히 짚어보고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인터뷰] 경제, 길을 찾아 나서다

동반성장은 양극화의 해법 -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재조명되는 제조업, 위기와 전망 - 양민양 KAIST 교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 허물기 - 김현수 국민대 교수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 ‘신화’는 제조업의 성공에 기인한 바 크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한국 경제이지만, 세계화의 파고를 넘어 이제는 전세계 경제의 구조적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제조업 대신 ‘새로운’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인 나온 배경이다. 서비스업 찬양이 주류를 이루던 때에 한국경제의 활로를 제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주장해온 이가 있다. 우리나라 기술의 산실이라 불리는 카이스트(KAIST,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기계공학과 양민양 교수다. 스스로를 ‘실용주의자’라 칭하는 양 교수를 그의 카이스트 내 연구실에서 12월 첫 날 만나 과학에서부터 기술, 제조업 위기에 이르는 방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미래 먹을거리’ 고민을 해왔다. 대세는 금융,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을 미래 산업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제조업 위기론도 적지 않다. 교수님께서도 위기를 줄곧 강조해오시지 않았나.

= 굉장한 위기다. 제조업의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 통계는 우리가 신문이나 매스컴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사실 저는 이 위기가 2010년경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그때부터 중국이 굉장히 빠르게 우리를 치고 올라왔다. 이것이 결국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해 학회 등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나쁜 상황은 아니어서 그런지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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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추세라면 언제쯤 우리 제조업이 중국에 역전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기에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선 같은 분야는 굉장히 많이 쫓아왔다. 2020년쯤이 되면 거의 다 쫓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이 현재 2025년을 기준으로 계획을 잡고 이야기하지만, 그 계획은 애초에 2020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 중국(중국제조 2025)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모델로 제조업 강국을 향한 계획을 만들었다. 미국은 첨단제조 파트너십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제조업들을 미 대륙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세계적 트렌드에 합류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제조업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인지 제조업혁신 3.0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제조업의 가치를 새롭게 주목해야할 이유를 설명한다면?

=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은 결국 부족해진 일자리를 서비스업에서 창출하자는 의미다. 제조업은 자동화나 로봇 도입 등으로 인해 일자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이나 금융과 같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경제에서 제조업은 전체 GDP의 28%를 차지하고, 수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창출되는 부가가치도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2배 이상 높다. 더군다나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첨단 제조업으로 가면 고용창출효과가 커지게 된다.

또한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놓고 보면 한국의 비교우위가 사라진다. 관광이나 금융과 같은 서비스업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우리보다 더 좋은 자연조건이나 문화를 가진 국가들이 분명 존재한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다른 선진국과 경쟁하기에 빈약하다. 관광대국이라던 그리스가 지금 휘청거리고, 금융선진국이었던 미국도 금융위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제조업을 버릴 수 없다. 우리는 제조업을 잘 해왔던 역사가 있다.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의 가치를 새롭게 돌아봐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 그런 측면에서 제조업혁신 3.0의 방향은 잘 잡은 것이라 보나?

= 제조업혁신 3.0의 시도는 좋다. 하지만 전략적인 면이 부족하다.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석하여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 잘못된 진단은 효과가 없다. 현재 제조업 위기의 원인은 세계 경제의 침제, 환율이나 노동시장 유연성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단기적 문제들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술이 문제다. 우리의 기술은 샌드위치 신세다.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 그리고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개도국 사이에 어중되게 끼어있는 형국이다. 제조업의 위기가 기술의 문제라는 것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탈피할 처방이 필요하다.


- 정부는 왜 위기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 정책입안 단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개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알기 어렵다. 정부 관료가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지는 현장이 잘 안다.


- 제조혁신 3.0을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이라는 말과 거의 동일시해서 쓰는 것 같다.

= 스마트 공장은 제조업 혁신에 있어서 하나의 형태이지, 그것이 제조업 혁신의 전부가 아니다. 스마트 공장이란 센서나 로봇, IoT등을 통해 공장을 자동화하고 시스템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신상품이다. 다른 나라가 만들지 못하는 제품이 요구되는 것이다. 예전처럼 싸고 빠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공장보다는 스마트한 사람이 필요하다.

전기밥솥을 보자. 얼마 전까지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가면 아키하바라에서 가서 전기밥솥을 사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사람들이 우리의 밥솥을 사간다. 그런 것은 스마트공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스마트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다. 결국 사람이 스마트해져야 한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 연구자 등이 스마트해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한 사람을 키워야 한다.


- 새로운 기술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같은 사람 한 명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 고용도 생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키워내는 환경이 부족하다.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하지 않겠나. 내가 교육자이니 교육이야기를 하면, 우리나라 입시제도처럼 창의성을 죽이는 그런 교육을 탈피하지 않으면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 제조업이라는 산업에 관여되는 세 개의 주요 주체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학계다. 정부의 방향설정과 이에 따른 투자도 중요하지만, 학계와 기업이 각각 튼튼하고 이들 간 연계가 잘 이루어진다면 정부가 다소 스마트하지 않더라도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 좋은 지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학 교류가 잘 안 된다. 학교는 학생들을 키워 산업에 공급해 왔지만 선진국만큼 산업체를 도와주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계는 산업체의 도움 없이도 잘 살고 있으며, 산업체도 학계의 큰 도움 없이 잘 해왔다. 그래서 학계와 산업계 모두 서로 간 협력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지 못했다. 학계에서의 연구가 이론 중심이어서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학계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지금의 제조업 위기를 낳은 측면도 있다.


- 산학연은 그동안 정부가 크게 공을 들여온 분야 아닌가? 산학 교류가 잘 안 된다는 말씀이 조금 놀랍다.

= 제가 보기에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헛돌았다.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이렇다. 산업계는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가치창출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학문적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 독창성)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학계는 논문, 즉 오리지낼러티로 평가한다. 그런데 학계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 논문이라도 산업계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나 사회에서 바라는 시너지가 나오지 않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 기업은 당장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학계 역시 학문적 성과에 욕심을 내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양자 중 어느 쪽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할까?

= 정부에서 급한 쪽은 아마 기업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학계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려고 해도 이것이 현재의 제도적 문제, 혹은 다른 원인에 의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공대 교수들의 산업 경험 부재에 기인한다. 대부분 교수들은 미국에서 석·박사를 받고, 몇 년의 포닥 과정(post-doctor)을 거쳐 교수로 임용된다. 산업과의 교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산업계의 실제 요구와 문제를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연구주제도 외국 저널에서 찾게 되고, 우리 산업체들의 현실과도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이라고 해서 과학과 기술을 같은 의미의 단어로 취급하는데, 제가 보기에 과학과 기술은 다르다. 과학의 목적은 자연현상의 규명이지만, 기술의 목적은 가치 창출이다. 엄연히 목적이 다른데, 이를 동일시하여 함께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과학계의 목소리가 기술·산업계보다 크다. 아마 한국 과학기술의 지상과제가 ‘노벨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노벨상 딴다고 과학기술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노벨상을 받은 인도와 소련이 그 실례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정책 지원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을 분리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기술은 논문도 중요하지만, 산업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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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서 우리 정부가 다급해진 것처럼 보인다. 넥스트 디케이드 100(30세 안팎의 연구가 백 명을 선발해 매년 인당 8억 원 가량을 지원하는 이른바 ‘노벨상 프로젝트’) 사업과 같은 지원책이 곧바로 나왔다. 중장기적 연구가 어렵다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이런 지원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까?

= 과학이 기술에 도움을 주는 면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과학기술에 들어가는 파이는 하나라는 점이다. 과학에 집중하면 기술 분야에 오는 돈은 없다. 요즘 기술 분야의 소장교수들은 연구비 따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과학 혹은 기술에서도 어느 특정 분야에 예산배분 집중되면 나머지 분야는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 과학과 기술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벨상 수상만을 목적으로 과학에 지원이 집중되면 결국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기술적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 그렇다. 혁신은 어디서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몇 년 전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노키아가 망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혁신은 어디서 터질지 아무도 모르니 골고루 지원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한다.

흔히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책은 아직도 패스트 팔로워 시절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이 길은 쉽다. 선진국이 갔던 길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의 길은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그래서 벤처 정신이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자면, 어디서 혁신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배틀그라운드와 지원책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기업과 연구집단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 혁신, 그리고 벤처정신을 말씀하셨다. 일본은 이른바 ‘모노즈쿠리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장인정신과 혁신역량을 키우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교수님께서 한 칼럼에서 말씀하신 ‘암묵지 기술(짧은 시간 안에 베끼기가 어려운 기술)’이 이런 작은 기업들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이런 혁신이 나올 수 있을까?

= 아까 말한 쿠쿠전자의 전기밥솥 외에도 락앤락의 밀폐용기, YG-1의 절삭삭공구, 아이디스의 CCTV, 그리고 최근에 화제가 된 한미약품이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한 생각을 통해 성공을 일구었다. 사실 그런 회사들은 자생적으로 정부 지원 없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너무 세세한 간섭을 한다. 어디서 퍼스트 무버가 나올지 모르는데 말이다. 

2013년도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혁신도는 38.3%에 불과하다고 한다. 독일은 무려 83.0%, 일본은 50.4%다. 독일과 일본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시장을 두드리는 빠르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유리하다. 제품의 스마트화와 함께 블루 엘리트(Blue Elite)들이 보유한 기술과 기능을 접목해 다른 기업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간 현실 속에서 혁신역량이 키워지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착취’라는 말로까지 표현되는 하청구조가 대표적인 문제다.

= 하청관계는 중소기업인들과 과제를 할 때 많이 듣는 문제다. 이 구조가 중소기업이 혁신을 할 만한 여유를 없애는 부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눠 먹기식은 안 된다. 그것은 중소기업이 안주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결국 균형점,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한편, 요즘에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혁신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중에서도 사내벤처 등을 이용해 혁신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 현재 기술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이다. 노키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결국 생존의 문제다.


-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이 혁신에 유리하다는 말씀에 동의하지만, 정부지원에만 의존하는 소위 ‘좀비기업’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최근 ‘창조경제’ 구호 아래 벤처창업도 많이 장려되고 있지만, 지원금을 타내기에 급급하거나 비슷비슷한 서비스 제공 벤처 창업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의 혁신 역량이 매우 낮은 것 같다.

= 동감이다. 우리 벤처가 서비스 산업이나 인터넷을 활용한 e비즈니스 산업에 쏠려 있다. 페이스북이나 우버, 에어비엠비와 같은 성공사례가 언론에 소개되어 벤처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측면이 있다. 또 이게 창조경제의 바람이기도 할텐데, 저는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구(마켓사이즈)가 많지 않고 문화의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도 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물론 이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하고, 우리가 그동안 잘해왔던 제조업에서 벤처가 탄생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곳에서는 제조업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다. 제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은 분명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붐이 일면서 학내 벤처가 많이 생겼었다. 창조경제가 붐인 이 때에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학내 벤처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 학생들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은 안정적인 대기업 연구소, 국가연구소, 학교에 취직하기를 원한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성공모델의 부재다. 주변에서 성공사례가 많이 생기면 학생들도 갈 터인데, 하드웨어나 기계분야에서 이런 성공모델이 없는 것 같다. 또,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일은 논문 쓰기다. 이는 실험으로 끝난다. 이것이 제품으로 가려면 또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이 길은 결국 기업에 있는데,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학내벤처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개선분위기가 조금씩은 생기기는 것 같다. 


- 최근 서울대 공대교수 26인이 쓴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이 화제를 모았다. 남의 기술을 베 껴 만들어내기는 잘 하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게 주 내용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면 기술의 질적 수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이 왕성한 대접형태(bowl)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인 종형이다. 사실 아무런 기술적 기반이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베끼는 게 최선이었다. 다른 선진국들도 다 그렇게 발전했다. 원천기술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너무 빨리 발전하고 후발국이 너무 빨리 쫓아와서 그 시간을 벌지 못한 꼴이 되고 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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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그리고 기술·기능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처우가 낮아 제조업분야에서 미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제조업 종사자들을 국가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능도 포함된다. 우리가 기능인이라고 얘기할 때, 이를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 테슬라(Tesla)의 전기차나 하이퍼루프 등을 보며 ‘꿈을 꿀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 기술의 역할이란 게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꿈을 꾸게 하는 것. 현재의 과학 기술이 우리 미래 세대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고 보시나?

=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며, 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나 엘론 머스크 같은 기업가, 기술자, 과학자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우리의 교육, 입시제도 등에 대해 지혜롭게 생각할 때가 됐다. 어린 학생들을 입시지옥, 반복학습, 암기위주 교육 등에서 구해내야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살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라는 한탄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 눌리고 중국, 인도 등 개도국에 바짝 추격당하는 제조업 현실을 우리는 너무 오래 방관해왔던 것은 아닐까. 세계 3대 제조강국이란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 호랑이를 피할 수 없다면 ‘그 등에 올라타야 한다’고 양민양 교수는 말했다. 상아탑 속에서 안온함을 즐겨도 될 법한 학자가 스스로를 실용적 엔지니어로 칭하며 위기의 제조업과 나라의 수출을 걱정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제조업 위기 문제를 창의력을 말살하는 교육 현실 문제로까지 끌어내려 인식하는 것또한 인상적이었다.

양 교수는 현재 학계와 산업계를 망라하는 생산제조기술단체총연합 발족을 위해 뛰고 있다. 그의 뜀박질이 한국 제조업의 미래에 하나의 희망의 끈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인터뷰 및 정리: 심나리 선임연구원, 김항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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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양

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미국 MIT 공학과 박사

한국정밀공학회 이사

대한기계학회 설계 및 생산부문 회장

한국생산제조시스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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