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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격화되는 미중관계, 실종된 한국외교 -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더연 / 기고 / 2016.06.09


격화되는 미중관계, 실종된 한국외교

아시아 국가들도 균형외교 추구해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과 일본을 방문하자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을 맞이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신경전은 점점 더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중국도 이제 새로운 대국이 되었으니 넓은 태평양을 나눠쓰자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이 그동안 구축해온 질서를 흔들까봐 염려스럽다. 미국은 중국의 주변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하면서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중국에게 대외적으로 진출하더라도 룰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각축하는 G2시대를 대비해서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당분간 중국은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기싸움은 더 심해질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도 더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정책이 전면적 봉쇄보다는 견제와 협력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냉전시대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잠자고 있던 북중동맹을 깨우고 있다. 미일동맹과 북중동맹을 대결시켜서 동북아시아를 긴장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파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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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사진출처: 백악관 페이스북)



오바마의 화룡점정


최근 미중간의 신경전은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과 일본 방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과 일본 방문에 이어 인도와 정상회담을 한 것은 오바마정부가 추진해온 아시아재균형정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기 마지막 해에 중국을 견제하는한편 아시아 중시 정책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5월 23일 베트남을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무기수출금지 조치를 풀기로 했다. 1965년부터 1975년까지 전쟁을 했던 두 나라가 관계를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베트남의 인권문제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무기수출금치조치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베트남의 인권문제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도 무기수출금지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전면적인 해제는 아니고 개별 건마다 심의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하여 대북포위망을 확대시키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베트남 방문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G7 정상회담을 마치고 히로시마를 방문하여 핵없는 세계에 대한 염원을 담은 유려한 연설을 했다. 2차대전때 일본에 핵투하를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피폭현장을 처음 방문했다. 역사적인 방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바마의 역사적인 방문은 유려한 연설문과는 달리 내용은 공허했다. “71년 전 하늘에서 죽음이 내려왔다”로 시작하는 오바마의 연설은 추상적이고 현학적으로 달콤한 미래를 제시했다. 그러나 연설이 끝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연설은 유려한 문장으로 포장한 속 빈 강정이 되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동아시아 역사속에서 차지하는 침략, 전쟁,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지도, 치유를 하지도 못했다. 오직 일본의 피폭만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오바마로서는 미국 여론을 고려해서 일본에 사과하는 모습을 피해야 하는 처지였다. 또 미일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쟁과 침략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 오바마가 택한 것이 달콤한 연설이었다.

전쟁과 침략에 대해 일본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여 처참한 비극을 초래했던 점에 대해 히로시마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사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받은 수많은 아시아 백성들에게 위안의 인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떤 실마리를 제공했다면 향후 동아시아공동체의 미래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정말로 ‘역사적’으로 만들게 되었을 것이다.


아베의 ‘피해자 코스프레’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아베 총리가 잘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 현란한 연설문을 낭독한 것에 그쳐버리고 말았다. 최대 수혜자는 일본의 아베 총리이다. 오바마의 아시아재균형정책에 협조하면서 오바마를 히로시아의 멍석 위에 세운 것이다. 이로써 히로시마, 나카사키 피폭 71년을 맞이해서 일본은 드디어 전쟁의 가해자에서 본격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베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가능해진 것은 일본이 우환처럼 안고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차대전 종전 70년인 2015년에 한미중 3국 정상들을 분주하게 만났다.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계기로 전범국에서 벗어나서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하는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아베의 구상은 성공했다. 4월에는 미국을 방문하여 미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관련한 일본 국내법제를 정비했다. 이로써 자위대의 해외파병의 길이 수월해지게 되었다. 또 한일 양국정상이 6월 20일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에 교차로 참석하게 만들었다. 8.15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한국의 예봉을 미리 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작년 8월 아베 총리는 종전 70년 담화를 통해 과거사를 두루뭉술 넘어가게 되었다. 전범국에서 벗어나 일본이 그토록 꿈꿔온 보통국가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12월 28일에 전격적으로 한일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여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불가역적 및 최종적 타결’을 약속했다. 아시아 침략의 상징으로써 현존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부터 일본이 벗어나는 것을 한국정부로부터 보장받은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타결’한 아베는 다음 순서로 오바마를 히로시마로 불러들여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준비했다. 과거사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베는 군사적으로, 법률적으로, 도적적으로 거리낄 것이 없는 일본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지지율까지 상승하여 고무된 아베 정권은 미일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는 대중국 견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대중국 포위망 강화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내친 김에 6월 7일 워싱턴에서 인도의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미국으로서는 베트남, 일본에 이어 인도로 이어지는 대중국 견제벨트를 구축했다. 여기에는 미얀마와 호주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기지를 함께 사용하며, 미중 갈등해역인 남중국해를 함께 순찰하는 것이 힘을 받을 것이다.

미국은 대중국포위망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거칠게 여겨질 정도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인 압박을 강화했다. 미국 재무부는 6월 1일 북한을 자금세탁우려국가로 지정했다. 이 타이밍은 시진핑 주석이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고 난 직후였다.

미국 애국법 311조에 따르면 자금세탁우려국가로 지정되면 미국 내 계좌에서 그 나라로 송금을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계좌의 개설이나 유지도 불가능하다. 북한 뿐만 아니라 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지정한 자금세탁우려 대상국은 미얀마, 이란에 이어 북한이 추가된 3개국이다. 미얀마와 이란은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므로 적정한 시기에 해제될 것이다. 이미 미얀마에 대해서는 지난 5월 이후 국영은행 3곳을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제한한 '특별지정 제재대상‘에서 제외하기 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자금세탁우려에 따른 금융제재 해당 국가는 북한을 포함하여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의 지방 소형은행들이 이번 조치의 목표가 된다. 내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질 좋은 공급을 위한 개혁을 추구하는 중국으로서는 지방은행들의 금융거래 위축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자금세탁우려국가 지정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정보통신기술기업인 화웨이에 대해서 최근 5년간 북한과 거래한 화물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화웨이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기록 제출을 요구한 나라는 북한뿐 아니라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도 포함돼있다. 또한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2013년부터 미국의 우방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염려해왔다. 화웨이 장비를 통해서 중국이 미국의 기밀을 도감청할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의 <슈피겔>과 미국 <뉴욕타임스>등 서방언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화웨이 서버에 침투해 들어가서 내부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화웨이 장비를 통한 도감청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화웨이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라는 말이 공공하게 나돌았다고 한다. 미국이 지난 6월초에 화웨이에 북한과 거래내역 자료를 요구한 것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목적이 아닌 것이다.


불확실한 미중관계의 미래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실리외교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이렇게 대중국포위망 완성을 통해서 구체화되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국포위망은 구축되었지만 포위망 곳곳에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과 관계를 외면하지는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기 며칠 전인 5월 19일에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이 훙샤오융(洪小勇) 주베트남 중국 대사와 만났다. 두 사람은 베트남과 중국의 군사 협력을 강화한다고 합의했다.

인도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인도의 안보협력을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전략적 악수’(strategic handshake)라고 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재균형정책’과 동아시아로 진출하려는 인도의 ‘동방정책’(Act East Policy)이 맞물려서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구축에 협력하는 듯하지만 비동맹운동의 길을 걸어온 나라다.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2015년 5월에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한국외교의 길


베트남이나 인도와 같이 미국이 대중국포위망 구축의 주요국가로 선정한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외교를 하고 있다. 미중 간의 힘의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실리 때문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잡고 있다. 이런 아시아 국가들의 불안감을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잘 지적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들의 힘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다음에는 또 어떤 사태가 닥칠 것인가. 힘의 재균형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뉴시스 2016.5.24.).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다. 오바마 정부는 TPP를 통해서 중국과 힘의 재균형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다수당인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대권후보로 결정된 힐러리 클린턴조차도 TPP를 반대하고 나섰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대중국포위정책에 일방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전략적 조건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여러 나라들이 각자 자국의 국익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은 미중의 갈등속에서 이중, 삼중의 안전정치를 만들면서 실용외교와 다차원적인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면서도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서 베트남과 인도가 서로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길로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는 격화되는 미중 갈등관계에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미중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노선에 대해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미중 갈등의 구실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다면 우리 외교가 국익을 중심으로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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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현 코리아연구원 원장

   2010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

   2009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방문학자

   2003 청와대 NSC,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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