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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합의존중’에 감추어진 ‘여우의 꾀’

더연 / 안보·외교 / 2017.01.17

‘사드 배치 합의존중’에 감추어진 ‘여우의 꾀’

‘약속의 권위’로 미국을 요리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더연 정치팀



안희정 충남지사가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국가 간 합의는 쉽게 뒤집을 수 없으므로 합의를 존중한다. 다만 미국에서도 사드의 기술적 유효성이 문제 되고 있으므로 배치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밝히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사드 논쟁이 불붙었다.


이라크 파병 때 발휘한 노무현의 지혜

노무현 대통령의 2004년 이라크 파병 결정을 떠올리게 된다. 노 대통령은 파병이 국제사회에 명분 없는 일이라는 개인적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가지도자로서 한미동맹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파병을 결심한다.

미국은 애초 전투병을 기대했다. 일설에는 1만 2천 명이었다는데, 수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주검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요구였다.

노 대통령은 두 가지 지혜를 발휘했던 걸로 안다. 먼저 미국에게 동맹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 놓고, 국민의 힘에 기댔다. 국회 파병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반대와 우려를 최대한 수용함으로써 비전투병 3천 명으로 매듭지었다.

또 온통 중동에만 매달려 있는 미국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입장 전환을 요구하였다. 전통적인 동맹론자들은 동맹을 거래 관계로 격하시켰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저들의 모욕을 인내한다. 부시 대통령에게 북핵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9.19공동성명이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길을 연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환영한 주권자라면, 노 대통령이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구 앞에 고뇌하며 내린 전략적 선택 또한 공감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비전투병 파병과 9.19 공동성명은 절대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우리의 현실을 풀어가려는 지도자의 고뇌, 그리고 이를 이해하면서 주권자 다운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국민들의 합창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우리는 안다. 주권자는 주권자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지도자는 지도자 다운 전략을 구사해야 세계 최강국들에 둘러싸인 우리의 외교안보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주권자가 지도자에 순응하기만 해서도 지도자가 주권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독단에 빠져서도 안된다는 것을.

사실 사드문제에 대해 주권자들은 찬반 자체를 떠나 박근혜가 과정 자체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 때문에, 지도자로서 전혀 전략적이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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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인원 축소 및 기간 연장에 대한 국무회의(사진출처: e영상역사관)


충돌의 공간을 평화의 완충지대로 만드는 ‘여우의 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를 꼽으라면 단연 외교안보전략일 것이다. 내정의 문제는 국민과 지방자치 정부가 풀어나갈 수 있지만 외교는 대통령이 사력을 다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G2의 힘겨루기가 가열되면서 한반도는 양쪽에서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언제 팔이 찢겨질지 모르는 환경에 처해있다. 이런 조건에서 어느 쪽에 맹목적으로 줄을 서거나,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이 미국과 중국에게도 이익임을 설득하여 우리 때문에 G2가 협력하는 세계를 만들어 내야한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경제적 이득을 위해 여우처럼 처신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교안보 자산으로 삼되, ‘우리를 해방시키고 전쟁에서 구해준 고마운 나라’라는 일방적 정서에 빠져있는 전통적 동맹론자의 입장을 벗어나 우리 또한 2차 대전의 승전국임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주장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신뢰의 다짐으로 파병을 약속하고, 그 후 국익 최우선 원칙을 지켜 비전투병 파병과 9.19선언을 이끌어 냈듯이, 차기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해 먼저 합의 준수를 밝히고, 기술적 검증을 통해 국익에 손상 없는 해결을 추구하는 ‘여우의 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맹국을 상대로 하여 신뢰의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사드 반대보다 더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정글이다. 규칙을 강제할 수 없으니 힘이 우선이다. 군사력 경제력 등 하드파워 슈퍼강국인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도덕성에 기반한 정치력, 이른바 소프트파워일 것이다.

‘우리는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 숱한 반대와 어려움을 겪었다, 너희도 우리와 약속한 것은 지켜라.’ 이것이 미국과 같은 슈퍼강국, 중국과 같은 신강국을 설득할 힘이다.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고, 약속을 어기면 어떤 응징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권위’가 무소불위의 강국을 제어할 큰 힘이라는 것은 현대국제정치학의 지론이 되어 있다.


사드는 반대해도 지도자는 더욱 신뢰해 주는 주권자의 전략

다시 이라크 파병으로 돌아가 본다. 파병은 국제사회의 정의로 볼 때 반대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국제관계의 현실에서 국익과 북핵문제 해결의 단초로 연결시키려던 지도자의 고뇌도 이해해야 한다.

당시 파병은 반대하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까지 철회한 것은 너무 아픈 결정이었다. 정권 2년 차에 파병 논쟁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힘이 빠져버렸다.


지금 사드에 관해서도 그렇다. 박근혜가 추진한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본다. 사드 배치는 그저 북한과 한판 붙겠다는 식의 붕괴정책의 일환일 뿐 어떤 전략적 고뇌도 담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지도자들이 ‘합의의 준수’를 이야기한다면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이 확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의 신념이 있고, 미국에 대해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배짱 있는 동맹론자이며, 중국과의 갈등도 해결책을 밤낮없이 모색할 열정 가득한 지도자인지, 그들의 외교안보전략 전체에 대한 이해와 그 속에서 사드문제를 다뤄가는 전략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19세기 말 동양을 서로 찢어가지겠다는 야욕으로 서세동점의 흑선이 출현했을 때 일본과 조선이 이를 상대한 서로 다른 경험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조선은 백성의 힘으로 흑선을 불태우고 침몰시켜버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일본은 멀리 바다 가운데 출현한 흑선만 보고도 기겁하여 메이지유신을 단행했다. 백성의 위대함은 조선이 앞섰지만, 지도자들의 각성은 일본이 뛰어났다. 주권자들이 정의와 자결의 이름으로 외세에 대항할 때 지도자들은 국제정세를 내다보며 전략적 고뇌를 하며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


이 글은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담지는 못 한다. 다만, 주권자가 사드 배치에 분노하고 반대하는 것이 주권자의 권리이듯 지도자는 지도자의 몫을 해야 한다. 지도자는 자신의 전체적인 외교안보전략을 밝혀 주권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주권자는 그 외교안보전략을 신뢰한다면, 사드 배치는 반대하더라도 신뢰는 더욱 돈독히 보내주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지도자의 숨긴 꾀가 짐작된다면 빙긋이 웃으면서 지지를 보내주어야 한다. 우리의 외교안보환경은 이처럼 주권자와 지도자가 서로 간에 전략적인 태도로 힘을 합쳐야 뚫고 나갈 수 있는 너무나 벅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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