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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능 오류를 대하는 자세

더연 / 과학·사회·문화 / 2016.12.26

수능 오류를 대하는 자세



더연 교육팀



교육에 대한 오해만큼이나 우리는 수능을 많이 오해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실상 이 제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피상적인 답변만을 듣기 십상이다. ‘교육 문제=입시문제’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대학입시가 대한민국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교육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이해하는 것에서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해야 한다.


올해 수능에서도 문제 오류가 발생하였다. 한국사는 복수정답이 발생하였고, 물리Ⅱ에서는 정답이 없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또 오류 발생’이라는 제목을 달며 반복의 의미로서 ‘또’라는 수식어를 붙이거나, ‘책임지는 사람 없어’라는 식의 평가원의 무책임한 행정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런 언론보도를 유심히 지켜보면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보통 국가 시스템이 관장하는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들의 사례를 들어 우리 시스템의 후진성을 질타할 때가 많다. 아니면 그 영역의 선진국, 예를 들어 교육 분야의 경우는 핀란드 교육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수능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런 익숙한 논조를 신문기사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왜일까?


우리가 본받을만한 국가 단위의 선다형 문제 출제를 하는 교육 선진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능력시험의 모델이 되었던 미국의 SAT는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문제은행식 출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할하고 있지도 않다. 그 유명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서술형 시험이지 선다형이 아니다.


한때 우리도 미국의 시스템을 본받아 문제은행식 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으나, 우리나라 실정상 어림없는 이야기다. 사회 분위기가 입시에 대해서 자유로울 때 문제은행 시스템이 가능한 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사교육은 문제은행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 문제를 비공개해도 사교육 기관의 적응력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문제를 복원해내는 놀라운 능력 발휘를 한다. 공개된 문제은행은 변별력을 생명으로 하는 시험에서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한다.


5천 만 명이 좁은 땅덩이에서 몰려사는 대한민국은 전국 동시 수능 시험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처럼 지역에 따라 표준시가 달라지는 넓은 나라와 비교하여 문제은행식 출제에 대한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폐쇄적인 출제 시스템을 비난하는 신문기사도 있지만,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개방적 출제 시스템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개방성은 필연적으로 보안성을 희생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개방성이 출제오류를 100% 방지한다는 보장이 있지 않는 한, 개방성의 확대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큰 문제를 유발하는 기회비용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는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되어 대입 시험 자체가 연기된 경험도 갖고 있다. 시험지 유출까지는 아니어도 일부 출제자의 보안 위반은 소소하게 있어왔고, 모의고사가 사교육 업계로 유출되는데 현직 교사가 관여되어 사회문제화 된 적도 있다. 시중의 참고서와 유사한 문제가 출제된 것만으로도 시비가 되기도 하였다.


수능오류를 바라보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류를 대하는 자세의 전환이다. 어떤 문제나 오류가 발생하였을 때, 시스템의 리더는 정확한 판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일정한 확률의 발생으로서 감내해야 할 오류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어떤 미비에서 발생하는 개선가능한 문제인지를 구별할 줄 아는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연구로 들어가보자. 2010학년도에 발생했던 지구과학Ⅰ 문제에서 발생한 오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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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이론상으로는 별 하자가 없었다. 혹독한 검증 과정을 통과해 출제가 되었으나 2009년 7월 22일에 있었던 이 일식을 실제로 관측한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 문제의 정답이 실제와 맞지 않는다며 오류를 제기하였다. 이론상으로 보기 ㄴ이 맞는 진술이었지만, 실제 관측치와 다른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천문 관측 분석프로그램이 구동되었고,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 실제 현상이 이론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복수 정답이 인정되었다.


이런 경우에 오류를 피해가는 기술적 방법이 개발되어 있다. 특정 시점이나 국가를 명기하지 않는 방법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탐구영역에서 많이 쓰이는 ‘갑국’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이나 영국, 미국 등 특정 나라를 언급하면 예상치 못한 사례가 튀어나올 수 있어서 특정 나라를 지목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테크닉도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수능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에 지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마추어 천문대처럼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학원 강사들처럼 자신의 경제적 파워를 증진시키는 위신과 관련되었을 때도 있다. 이렇게 매의 눈으로 보는 수많은 시선들에 수능 문제는 노출되어 있다.


어렵게 내면 재수생을 증가시키고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야 하고, 쉽게 출제하면 변별력의 문제가 제기된다. 하나의 시험으로 최상위권에서 최하위권까지의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수능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다.


수능 출제 오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1994년 처음 도입된 이후에 공인된 사례는 모두 8차례이다. 20여년의 역사에서 단 8차례의 오류는 그리 많은 수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수능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제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평가원 관계자들은 미국 SAT를 보면서 ‘어디 수준 차이가 정도껏 나야 비교를 하지’라는 우스개를 이야기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 중에서 전국 동시 응시가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국가적 역량을 대입 시험에 쏟아 붓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싶다. 11월에 APEC이나 ASEM같은 국제회의를 개최하게 되면 국가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신경 쓰는 일정이 수능일이다. 날아가는 비행기 이착륙 시간까지 조정해야 하는 날이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도 출제 오류가 ‘또’ 나타났지만, 이제 우리는 ‘또’라는 수식어를 다른 관점에서 쳐다봐야 한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뜻할 때가 많다.


수능 제도도 개선할 점이 있다면 바꾸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수능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나아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을 시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우리에겐 수능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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