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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김보성, 그리고 X세대 아버지들을 향한 "의리!"

더연 / 청년칼럼 / 2014.07.18 210.204.226.34

김보성, 그리고 X세대 아버지들을 향한 "의리!"

 

 

배우 김보성의 ‘비락식혜’ CF를 얼마 전에서야 봤다. 온라인상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CF였지만, 이상하게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의 팬은 아니었지만, CF속 그의 망가진 모습을 괜히 보기 싫었달까. 오히려 난 그의 안티에 가깝다. 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도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 때문에 잠시 접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를 희화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의리를 강조하는 김보성은 회식자리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과 팀 내 의리를 강조하는 40대 부장님들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회에서 내쳐지지 않기 위해 삶을 회사에 헌신한 X세대 부장님들과 말이다.

 

 

‘투캅스2’에서 정의로운 신참내기 형사로 처음 얼굴을 알린 배우 김보성. 실제로 그는 영화 밖에서까지 ‘의리’를 강조하며 스스로의 정의를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투캅스’ 시리즈 이후 약 15년에 가까운 긴 단역생활이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투캅스를 보며 함께 즐거워하던 당시 X세대 청춘들 역시 십여년 넘는 시간 동안 우리사회의 단역으로 살아야 했다. IMF 경제 위기 때문에 전 세대 최초로 취업난을 겪어야 했던 세대 아닌가. 연공서열제에 대한 꿈은 깨졌고, 스펙으로 무장한 어린 세대들이 X세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경쟁사회 속에서 경쟁력이 부족했던 X세대는 대신 묵묵히 야근하는 것으로 그들의 입지를 지켜야 했다.

 

 

그렇기에 X세대 아버지들은 “같이 놀아달라”는 자식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일해야 한단 아버지의 변은 핑계가 아니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2년을 기준으로 2092시간.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게다가 근속년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짧고, 동시에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은 가장 높다. 요컨대 우리네 아버지의 삶은 밤잠 없이 일해도 자신의 일자리 하나 지키기 힘든 척박함, 그 자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가장 사적인 영역인 집에서조차 그들은 마음이 편히 쉴 수 없단 것이다. 서울시에서 2013년에 조사한 결과, 청소년이 아버지에게 고민을 얘기하는 경우는 겨우 3%에 불과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가장 친밀해야 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만들었다.

 

 

물론 열악한 노동환경과 가족 내 소외현상이 X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년실업률은 IMF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40~50대 어머니들이 식당이나 청소일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인세대의 상대적 빈곤율마저 세계최고인 우리나라에서 X세대의 어려움은 사실 그렇게 유별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희화화되는 김보성의 의리는 여전히 가슴 아프다. 그의 연기 인생을 상징하는 의리가 대중의 농담꺼리로 치부되며, 김보성의 젊은 날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그의 젊음을 희화화할 자격이 있을지. 누구보다 묵묵하고 열심히 살아왔을 그를 지지하진 못할망정, 비웃고 싶진 않다. 이것이 김보성에 대한, 그와 같은 시대를 향유했을 X세대에 대한 내 최소한의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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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주현아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지향하는 낭만고양이.

동시에 '별일 없이 산다'에 웃을 수 있는 이 시대의 흔한 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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