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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불확실성과의 싸움 - 위험기피자들의 교육학

더연 / 청년칼럼 / 2014.07.18 210.204.226.34

불확실성과의 싸움 - 위험기피자들의 교육학

 

 

누군가 당신에게 용돈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100명 중 1명에게 100만원을 주는 복권으로 받을 수도 있고, 그냥 만원 짜리 한 장을 받을 수도 있다. 당신은 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이 돈이 많다면 그냥 확률에 걸어보자 하고 복권을 받을 수도 있고, 확실한 내 돈을 원한다면 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수의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익보다는 조금 적더라도 확실한 이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앞의 이야기에 적용시켜보면, 복권 대신 받는 돈이 만원이 아니라 8000원쯤 된다 하더라도 8000원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불확실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의 사람들을 위험기피자라고 한다.

 

 

위험기피자들에게 어떤 일을 할 때 생기는 불확실성이란 자신들을 불안하게 하고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이다. 게다가 그 일로 인해 얻는 이득이 본인에게 절실할수록 더 그렇다. 쉽게 생각해보자. 아까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당신이 위험기피자더라도 한 달에 용돈으로만 100만원씩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둘 중 뭐를 선택하든 크게 상관없겠으나, 당신이 한달 용돈이 2만원인 꼬맹이라면 복권보다는 확실한 용돈이 더 절실할 것이다.

 

 

입시의 현장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기피하고 싶어한다.  한번 입시를 놓치면 1년이라는 큰 기다림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에서 어떻게든 불확실성을 없애려 하는 경향은 강해진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사교육, 입시컨설팅 등에 의존하여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경향이다.

 

 

사교육이나 입시컨설팅 행위가 입시에서의 불확실성을 실제로 줄여 주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 사교육을 통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입시컨설팅을 통해 입학사정관제와 같은 수시전형에 합격하거나 정시 전형에서 소위 지원전략을 잘 구성하여 성적보다 좋은 대학을 갔다고 평가받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존재한다. 실제 효과 여부를 떠나서라도 사람들에게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의 컨설팅이나 사교육은 최소한 심정적으로라도 '불확실성'을 줄여주게 된다.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이 방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나 대신 내려주기 때문이다.

 

 

즉, 입시 문제에서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없는 상태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태보다 더욱 선호하고,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측면이 사교육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교육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없어져야 할 것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사교육 열풍이 지나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통제해야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이라는 관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정부의 입시 정책들을 '불확실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각해보자.

 

 

입시에서의 불확실성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입시 전형의 내용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입학사정관제나 면접과 같이 평가 요소나 기준에 있어서 주관적 측면이 많이 포함되는 제도는 합격에 대한 예측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크다. 입학사정관제도의 평가 기준은 모든 사례에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입시 전형을 지원할 때, 사교육, 컨설팅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최근의 정부가 입학사정관 제도, 논술전형과 같은 전형을 축소시키는 정책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러한 취지 자체에서는 사교육 축소를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형에서의 불확실성은 전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평가 기준의 불확실성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논술 등을 폐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높인다 하더라도 그 평가기준과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는 불확실성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즉, 어떤 식으로든 평가기준에 대해 학생의 불확실성을 해결해주기 위해 컨설팅과 사교육은 살아남게 된다.

 

 

둘째는 입시 제도의 일관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학생들은 다음 년도의 입학 전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장 쉬운 사례로 당장 수능의 각 과목이 a,b형으로 나뉠지조차 매년 입장이 변경되고 있다. 이전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07->08->09년도부터는 지속적으로 한해마다 지속적으로 수능 형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학생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한가지다. 내년에는 입시에 참여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즉, 올해 대학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입시에서의 하향지원 추세이다. 하향지원이 강해질수록 반대로 모험적인 소신지원의 경향도 생겨난다.

 

 

이 전략을 짜는 주체는 학생이 아니다. 사교육과 컨설팅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통해 하향지원한 학생들은 소신지원에 성공한 소수의 학생들과 스스로를 비교하여 좌절하게 되고, 다시 입시에 뛰어든다. 그리고 이러한 반수생, 재수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공교육이 아니고 사교육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정부의 현재 정책이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정부는 스스로 입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시험 자체의 불확실성이다. 시험에 어느 정도의 범위, 수준까지 출제될 것인가, 학생들은 어디까지 배우고 시험을 보게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최근의 공교육정상화법안과 더불어 본고사 금지, 선행학습금지와 같은 정책들은 시험 내용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들이다.

 

 

이와 더불어 나오는 정책이 '쉬운 수능'이다. 최근에 영어는 쉽게 출제할 것이라는 보도와 더불어 한국사 시험마저도 쉽게 출제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쉬운 시험이라면 분명 시험 내용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쉬운 시험에 항상 제기되는 문제는 변별력이다. 이 변별력의 문제가 반대로 시험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쉬운 시험에서 변별력의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실수'다. 시험이 쉬워질수록 '실수'의 대가는 너무나도 커지기 마련이다. 물론 실수도 실력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여러 번의 실수는 분명 실력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 시험 단 한번의 실수가 실력의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시험의 난이도가 적정한 경우에는 '실수'의 대가가 크지 않으므로 어느정도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험이 쉽게 출제되어 변별력을 잃는 순간 누군가는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대가를 치뤄야 하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쉬운 시험이란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의 정책들은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개인적으로 입시와 사교육의 문제에서 중요한 점은 '불확실성'이 아닐까 싶다. 공교육의 정상화도 궁극적으로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균등화시켜 공교육이 가져오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분명 현재의 정부 정책들은 일견 사교육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들이 입시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지 못하는 한, 불확실성이 있는 곳에서 사교육이 과도하다는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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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주석

초조해할 일은 아니다. 아침식사는 점심 전까지 끝내면 되고, 장례식은 죽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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