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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문제는 전제야, 바보야.

더연 / 청년칼럼 / 2014.07.18 210.204.226.34

문제는 전제야, 바보야.

 

 

최근 경제학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정보경제학이다. 정보경제학에서는 우리가 공기업의 문제에서 흔히 언급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도덕적 해이란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완전히 관찰할 수 없는 상황(대리인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알지만, 주인은 알 수 없어 주인과 대리인 사이의 정보의 양에서 차이가 생긴다. 이를 앞으로 정보의 비대칭 상황이라고 하자)에서 대리인이 주인의 효용보다는 대리인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에 대해 경제학에서는 '성과급제'와 같은 주인-대리인 간의 계약을 통해서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완벽히 관찰하지 못하더라도 대리인이 주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주인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너무나 큰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주인-대리인 문제를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공기업 방만경영 문제는 도덕적 해이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이에 대해 최근 정부의 공기업개혁의 방향은 감시를 강화하고, 부채 감소, 생산성 제고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는 쪽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기업개혁 방안들은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대한 경제학의 분석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공기업의 감시 강화, 압박, 통제와 같은 방안들은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의하면 정부 혹은 국민(주인)과 공기업(대리인) 간의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감시수단'이다. 그런데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대한 경제학의 분석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준의 감시가 애초에 불가능하거나 너무나 큰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는 공기업에 대한 감사, 규제를 대비하기 위해 공기업에서 동원하는 인력은 총 인력의 1/4 선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각 부서에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여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드는 사례는 흔하다고 한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극단적으로 말했을 때, 감사와 규제가 없다면 총 인력의 1/4을 현장 업무로 돌릴 수 있거나 감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공기업에게 지속적으로 생산성 제고, 인건비 감축을 요구하면서 감사를 시행하는데 오히려 감사를 줄이는 것이 인건비를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 않는가?

 

 

결국 경제학에서는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는 감시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감시를 통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기업에게 그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생산성까지 증가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즉,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는 불가능하다고 설정한 전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수학에서 음수를 곱하면 무조건 음수라고 했는데 '음수를 작게 곱하면 양수가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는 꼴이다.

 

 

물론 현재의 공기업 개혁의 방향이 무조건적으로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기업에서 일부 방만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보면 불가능하다고 설정된 전제인 '주인의 대리인에 대한 감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만을 고민하고, 정작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해결책인 '계약'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규제개혁, 좋은 뜻이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규제 자체에만 집착하지 않고 넓게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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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주석

초조해할 일은 아니다. 아침식사는 점심 전까지 끝내면 되고, 장례식은 죽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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