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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유교

이권훈 / 청년칼럼 / 2014.12.16 223.62.173.205

유교 (儒敎)

[명사] ‘유학’ 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르는 말. 삼강오륜을 덕목으로 하며 사서삼경을 경전으로 한다. [유의어] 공교,  명교, 유학

 

600년, 참으로 긴 시간이다. 조선이라는 국가의 시간이었으며, 이 땅에 유교가 통치의 근간으로 고착한 시기였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유교는 조선의 통치이념으로 깊이 뿌리를 내렸다. 이전 고려에서의 권문세족 정치 혹은 무소불위의 불교가 이골이 났던 것이었을까. 계층의 구분 없이 조선은 건국부터 시행한 강력한 유교시스템은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질서, 그리고 사람다움과 도덕적 발현을 중시했던 유교 사상은 어지럽던 건국 초기에 필요했던 “현실적인” 이데올로기였다. 이후 전란과 봉기 등 국가적 위기에서도, 조선은 그 이데올로기를 적시에, 유리한 부분만 빼내어 이용하였다. 의(義)로써, 백성은 나라를 위해 칼을 들었고, 충(忠)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에 맞선 이는 역적이 되어 숙청당했고, 반대로 세도가에는 그 힘에 타당한 명분을 실어주었다. 조선이라는 역사 겹겹이 유교가 배어 있지만, 여기에는 묵살과 강제로 자행된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제가 들어왔다. 그나마 사람다움, 너그러움이 윗사람의 미덕이라고 전해지던 것은 일제를 거치며 점차 강압적인 상하관계로 변질되어갔다. 유교와 일제의 군대식 문화는 서로 혼합되어, 지배층에 유리한 부분으로만 다시 절충되었다. 위에서 하달한 부조리한 명령도 심지어 술자리에서까지 등장한 ‘상명하복’은 마치 경전의 어느 구절인 것처럼 받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일 것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전통”처럼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그 정체 모를 전통에 의하여, 강제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그것이 부당하건 이의가 있건 아랫사람의 묵살은 당연시되고 있다.

 

유학(儒學)에서 군신의 관계를 충(忠)으로 설명한다. 속임 없이 임금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자세, 이것이 임금과 신하가 가져야 할 충의(忠義)가 그 기원이다. 따라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은 신하의 덕목이 되었고, 이를 위해 죽음까지 마다치 않은 이야기는 구전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충(忠)은 현재와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유학의 바탕이 되는 [논어]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임금이 공자에게 물었다.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임금은 신하를 부릴 때는 예에 따라야 하고 신하가 임금을 섬길 때는 충(忠)해야 합니다."

(定公問 : "君使臣, 臣事君, 如之何?" 孔子對曰 :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

(공자 『논어』 (해제), 2005,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여기서 신하는 임금에 충(忠)으로 섬기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바이지만, 이전에 임금은 신하에 예로써 따라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충은 강제적인 복종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지킴으로써 성립되는 상대적인 덕목인 것이다. 지금의 충은 예(禮)가 전제된 관계라기보다 권위에 의존하여 복종과 강요의 행위가 유학의 덕목으로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변질한 유학의 문화는 과거 사회의 기득권의 입맛에 맞게 해석한 산물로 볼 수 있다. 집단의 관리를 위해, 정확히는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 유리한 부분만 오려 붙인 구태 기득권의 선택이 작용한 것이다. 봉건 사회에서의 질서 유지에 기여하던 역할에서 이제는 통제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계급 사회에서 물려받은 구태의 문화는 지금까지도 사회 발전에 장애물로 고착하고 있다.

 

진정한 유가의 가치는 상호존중이다. 예(禮)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때 성립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개인의 희생만을 권하는 예의는 공자가 원한 유가(儒家)의 이념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문화도, 강제와 묵살이 미덕이라 말하는 것은 없다. 우리 시대 강제된 “그 미덕“이 관습으로, 규범으로 고착되기 전에, 사람으로 대하는 ”진심어린 예의”가 자리 잡길 희망해본다.

 

 

 

[진리와 정의, 그리고 선(善)으로] 

글 / 이권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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