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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갑질 공화국의 비밀 (강준만 저)

더연 / 문화살롱 /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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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재벌,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백화점 VIP 모녀, 경비원을 자살에 이르게 한 압구정 아파트 할머니, 대리운전 기사 폭행 시비에 휘말린 국회의원…. 이른바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고 부당한 처우와 차별을 일삼는 우리 사회의 풍경을 강준만 교수는 ‘갑질 공화국’이라 명명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좋지 못한 의도 때문에 갑질이 성행한다고 생각하지만, 강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이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한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생존경쟁, 물질만능주의, 부패의 자기합리화 같은 ‘6.25 심성’이 압축적 경제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한편으로 오늘날 한국인 모두가 ‘화병’을 앓는 ‘전쟁 같은 삶’에 놓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카로스의 패러독스’다.

 

온 가족의 희생으로 맏이 하나 서울대 보내면 가문의 영광, 지역의 경사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얘기 같지만,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은 여전히 위용을 떨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 외에는 다른 삶을 향한 출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대학교라는 신흥종교의 광신자’, 한국 교육은 ‘내 새끼 위주의 무한경쟁 체제’가 되었다. ‘갑질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내가 이긴 것은 내가 잘나서라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차별마저 찬성하는 괴물이 되고 있다.


저자는 용을 키우기 위해 미꾸라지들이 희생하는 전략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대를 나와도, 지방에 살아도, 중소기업에 다녀도 웬만큼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용과 미꾸라지의 격차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을 서울의 ‘식민지’ 삼는 서울 집중식 사고, 그 잘못된 경로의존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오스카 와일드의 금언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관성은 상상력 없는 사람의 마지막 도피처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11년에는 세간에 떠돌던 ‘강남 좌파’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고, 2012년에는 ‘증오의 종언’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안철수 현상’을 추적했다. 2013년에는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졌고, 2014년에는 ‘싸가지 없는 진보’ 논쟁을 촉발시키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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