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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위플레쉬>

더연 / 문화살롱 / 2015.03.23


김봉석의 영화 읽기
<위플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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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레쉬 Whiplash (2014)

   
개요  드라마미국106분2015.03.12 개봉
감독  다미엔 차젤레
출연  마일즈 텔러(앤드류), J.K. 시몬스(플랫처)... 더보기
내용 
음대 신입생 앤드류는 최고의 실력자인 플랫처 교수에 발탁되어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플랫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광기로 몰아넣는데…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최근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남우조연, 편집, 음향상을 수상한 음악영화 <위플래시>가 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버드맨>이 참패를 한 것과 비교하면 아카데미 효과라고는 볼 수 없다. 단편을 확장하여 첫 장편을 연출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래시>는 대부분 무명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저예산 영화다. 유난히 음악영화가 잘 되는 한국이기는 하지만 <위플래시>의 무엇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것일까.

<위플래시>는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의 도전과 좌절을 그린 영화다. 음악학교를 다니는 앤드류는 플렛처 교수가 지휘하는 최고의 밴드가 목표다. 드럼 대주자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이제부터 고생 시작이다. 플렛처는 엄청난 폭군이다. 박자가 조금 늦거나 빨라도 대번에 알아채고 욕을 퍼부어대고, 뺨을 때리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당장 밴드에서 쫓아낸다. 악마 같은 선생이지만 플렛처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앤드류는 플렛처의 눈에 들기 위해 손에서 피가 흘러내릴 때까지 치고 또 친다. 일면으로 본다면 <위플래시>는 혹독한 훈련과 절망을 이겨내고 결국 성취를 이루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그 과정에서 열정적인 재즈의 리듬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위플래시>에서 중요한 것은 플렛처와 앤드류의 관계다. 플렛처는 위대한 뮤지션 찰리 파커의 일화를 예로 든다. 연주를 망친 날 드러머가 심벌즈를 집어던졌고 그 후 파커는 훈련을 거듭하여 그 누구도 들려주지 못한 연주를 하게 되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엄청난 노력으로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면 위대한 뮤지션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플렛처의 확고한 신념이다. 자신이 교수를 하면서 단 한명이라도 그런 뮤지션을 만나는, 아니 만들어내는 것이 플렛처의 목표다. 그래서 학생들을 악독하게 몰아붙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음악에만 매달려 모든 것을 뛰어넘기를 바란다.

앤드류는 그럴 생각이 있었다. 착하고 순한 아버지는 앤드류가 음악 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큰 아버지의 자식들은 미식축구 선수이고 학생회장이다. 앤드류도 그들처럼 되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앤드류는 더욱 음악에 매달린다. 주변 누구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음악이지만 앤드류는 카네기홀에 설 수 있다면 그들의 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인도 버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플렛처의 뒤를 쫓아간다. 그리고 망가지고, 그리고 성취를 이룬다.

앤드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과연 얻은 것일까? 플렛처의 교육 방식은 엄하다 못해 가혹하고 지옥훈련 수준이다.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학생도 있었다. 엄청난 좌절을 겪은 앤드류도 거의 그럴 지경까지 갔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위플래시>의 결말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결국 성취를 이루어냈지만 대신에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고. 감독의 말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위플래시>는 일종의 열린 결말이다. 앤드류는 한계를 돌파했지만 과연 행복할 것인가.

<위플래시>는 음악영화인 동시에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학생이 원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유롭게 풀어줄 것인가. 가열차게 몰아치기도 하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할 것인가.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를 구가하는 한국에서는 후자가 진리인 것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 <위플래시>는 한계를 돌파하는 앤드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찰리 파커의 경우도, 앤드류의 경우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위플래시>에서도 앤드류 주변의 수많은 학생들이 좌절하고, 떠나가고 혹은 완전히 망가져서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한 명의 천재를 각성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것? 다수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것? 아니면 두 가지를 양립할 수 있는 방식은 과연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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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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