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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강남 1970>

더연 / 문화살롱 / 2015.01.19

 
김봉석의 영화 읽기
<강남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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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2015)


개요  액션, 드라마|한국|135분|2015.1.21. 개봉
감독  유하
출연  이민호(종대), 김래원(용기), 정진영(길수)... 더보기
내용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 정보, 권력의 수뇌부에 닿아있는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 종대는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정치권까지 개입된 의리와 음모, 배신의 전쟁터. 그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는데…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가끔 영화는 별로인데 보면서, 보고 나서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이를테면 롤랑 조페의 <시티 오브 조이>는 전형적인 서구인의 오리엔탈리즘을 보여줘서 짜증이 났지만, 영화 속에 묘사되는 인도 빈민층의 생활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생각들은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 바깥의 세상으로 확장된다.

 <강남 1970>도 영화는 그저 그렇다. 고아원에서 자라 넝마주이로 살아가던 종대와 용기는 무허가 판잣집이 헐리면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지역의 깡패들을 동원하여 서울에서 열리는 야당 전당대회를 박살내려는 음모에 휘말려든다. 서울로 올라온 종대와 용기는 각자 자신의 길을 향해 달려간다. 마침 시대는 ‘강남’의 시작이었다. 한강 이남으로 정부와 시청 등을 옮긴다는 남서울계획이 수립되자, 미리 정보를 빼낸 고위층과 깡패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투기꾼과 복부인이 등장한다. 종대는 복부인 민마담과 함께 이권다툼에 뛰어들고, 용기는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다. 그들의 뒤에는 군인 출신의 정치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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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로 자라 넝마주이로 살아가던 종대와 용기는 서울로 올라와 각자 자신의 길을 향해 달려간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우리들의 현대사다. 정치에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권을 챙겨야만 한다. 정보를 미리 빼내 땅을 사 두면 백 배, 천 배 이상으로 뛰어 오른다. 군인이나 깡패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 권력의 중심에 오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정치인도 권력 다툼의 와중에 한끝만 어긋나도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요한 건 정치권력이고, 그들의 바람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대통령, 중앙정보부장이 모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시대였다. 

 종대와 용기는 돈을 벌고 싶었다. 종대의 욕망은 땅이었다. 판잣집이 헐려 서울로 밀려나면서, 그의 소원은 내 땅을 갖는 것이다. 농경 시대의 순수한 욕망이다. 발 뻗고 잘 수 있는 내 집,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는 내 땅. 자본주의가 되면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욕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소중한 나의 집, 편히 쉴 수 있는 ‘Home’을 마련하고 싶은 욕망이다. <강남 1970>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욕망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자신의 땅을 갖기 위해 싸웠는가. 그들이 쓰러지면 또 다시 새로운 희생양이 등장한다. 비극의 반복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정주하여 뭔가를 이루어내고 여생을 보내는 목가적인 삶은 이제 꿈꿀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걸 원한다면 귀농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떠나간 시골에서, 어느 정도 속세를 등진 삶을 일궈야 한다. 도시에 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땅을, 집을 꿈꾸지 않는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집을 사지 않는다. 살 수도 없다. 평범하게 일하며 돈을 벌면, 80세가 넘어야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중산층의 꿈은 이제 끝났다. 욕망의 좌절만이 아니라 시대 자체가 유목민적인 생활과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머무르는 것은 이제 몰락을 의미한다. 일면 자유로움이기도 하고 일면 불안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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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의 집을 갖고 싶었던 종대는 민마담과 함께 강남 개발 이권다툼에 뛰어든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누구나가 땅과 집을 갖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집을 빌렸다가 자신이 원할 때 떠나갈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는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충분히 긍정하고 발현시키면서 공동의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은 없을 것인가. 누구나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달려가면, 극소수의 1등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대부분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안 봐도 <강남 1970>의 결말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용당했고 결국 버려진다. 조폭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된다. 죽어라 평생을 일했는데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삶이란 얼마나 비참한가.

 <강남 1970>은 과거의 욕망에 대한 영화다. 한국의 사회가 어떻게 뒤틀려왔는지를 보여주려 한 영화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교육에 대해, <비열한 거리>에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품의 수준은 고르지 않지만 한국의 현대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낸 유하의 ‘거리’ 3부작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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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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