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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국제시장>

더연 / 문화살롱 / 2015.01.04

 
김봉석의 영화 읽기
<국제시장>


국제시장.jpg

   

국제시장 (2014)

Ode to My Father, 2014


개요  드라마|한국|126분|2014.12.17. 개봉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덕수), 김윤진(영자), 오달수(달구)... 더보기
내용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 

원문: 네이버영화


 

 이미 7백만 명이 넘게 본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격변의 시대를 거쳐 온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국제시장>은 정치적인 논쟁까지 불러오는 시끄러운 영화가 되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있다. 약간 지능이 낮지만 뛰어난 운동신경과 지구력을 가진 검프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모두 겪으며 인생을 보냈다. 베트남전, 플라워 무브먼트, 미국과 중국의 수교 등등. 한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게 만든 <포레스트 검프>는 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주연남우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한 걸작이다.

 

국제시장과 포레스트검프.jpg

평범한 남자가 매번 역사의 현장을 거쳐 간다는 설정에서 <국제시장>은 <포레스트 검프>와 비교된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하지만 <국제시장>은 평범한 남자가 매번 역사의 현장을 거쳐 간다는 <포레스트 검프>의 기본 설정을 가지고 왔지만 목표는 다르다. 검프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를 위해 검프는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건 희생이라기보다, 검프 자신을 위해 달려간 인생이었다. <국제시장>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아버지. 국제시장을 본 관객은 그 희생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또 다른 관객은 그 희생만을 강조하는 태도 때문에 분노한다.

좋게 해석하건, 진저리를 치건, 지금은 과거가 부활하는 시대다. 누구는 이제야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환호하고, 누구는 유신 독재의 망령이 나라를 망친다고 비판한다. 와중에 <국제시장>이 아버지의 희생을 내세우며, 과거를 복권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아버지는 ‘박정희’로 읽힐 수도 있다. <국제시장>이 그런 비판을 받을 여지는 있다.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는 넘어가줄 수 있다 해도 베트남전에 대한 태도와 유신 독재 시절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사건들을 완전히 빼놓은 것은 ‘역사’에 대한 <국제시장>의 시각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민감한 사건은 건드리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눈물만을 자극하는 것.

윤제균은 언제나 그랬다. 지극히 민감한 사건을 건드리면서도 정치적 입장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조폭 두목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두사부일체>에서는 사학 비리를 개인적인 일탈과 복수로 마무리하고, 용역 깡패와 철거민이 나오는 <1번가의 기적>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윤제균은 대중의 욕망을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데 능했고, 코미디와 신파를 뒤섞어 감정을 자극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섹스 코미디이면서도 <색즉시공>은 한순간 관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조잡하고 유치하면서도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해운대>도 천만 관객이 넘었다. 반복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다른 천만 영화와는 달리 두 번 본 관객이 아무도 없기에 ‘진정한 천만 영화’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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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은 코미디와 신파를 뒤섞어 감정을 자극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두사부일체, 1번가의 기적, 색즉시공, 해운대)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국제시장>에서 보수화하는 시류를 읽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정치적으로 불편한 영화라고 비판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제시장>을 보는 관객들이 무작정 그런 조작에 넘어가는 우중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다. <국제시장>에는 다른 요소들도 많다. 희생을 하며 가정과 조국을 지킨 아버지는 우리의, 우리의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부질없다. 오히려 그 점을 인정하면서,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고 편안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가 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와 빈자의 계급적인 갈등 못지않게 세대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젊은 층의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복지 부담이 커지면서 투표율이 높고 인구도 많은 노년층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한정된 국가의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세대 간의 입장이 상반될 수밖에 없다. 청년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을 가진다고 하여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표현이 된다면 감정적인 문제로 비화된다. 기성세대가 잘못하여 엉망이 되었다, 당신들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내놓아라, 라고 한다면 누가 흔쾌히 동의할 것인가. 노인층만이 아니라 40대와 50대는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극도로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퇴직 후에도 수 십 년을 살아가야 하는데 노후대책은 거의 없고, 자식이 부양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비난을 받으면 오히려 엇나가기 쉽다. 기득권은 손쉽게 양도받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어지게 만들거나 힘으로 내놓게 하는 것이다.

논쟁은 치열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작품에 대한 논쟁 그리고 작품을 넘어서 지금 사회에 대해서도. 그런 점에서 지금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쟁은 기묘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개인과 세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상대를 비난하고 모든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타협이나 화해를 이루어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회적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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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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