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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더연 / 문화살롱 / 2014.12.22


김봉석의 영화 읽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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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2014

개요  다큐멘터리|한국|86분|2014.11.27. 개봉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 강계열
내용 
조그만 강이 흐르는 강원도 횡성의 아담한 마을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의 한결 같은 사랑과 삶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영화는 예술이지만 동시에 산업이다. 영화를 혼자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돈과 시간, 사람이 대량으로 투입되지 않으면 상업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기 전에 꼼꼼하게 따져본다. 지금 대중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이야기와 배우를 좋아하는지 등등. 하지만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것은 막차를 타는 것과도 비슷하다. 겨우 성공할지는 몰라도 한끝만 빗나가면 낭패다. 대중이 좋아할 영화를 미리 조사, 예측하고 만들어도 성공 확률은 채 1/4도 되지 못한다.
 
거대한 물량과 인기 배우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가 영화 흥행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매번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최근 의외의 사건이 터졌다. 11월 17일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 일주일 만에 10만명을 모으더니 점점 순위가 올라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인터스텔라>와 <엑소더스>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도 올랐다. 그리고 관객이 170만 명을 넘었다. <명량>을 1천 8백만 명이 봤고 대박 영화의 기준이 1천만 명이 된 한국영화계에서 사소한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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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하지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98세와 89세의 노인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멋진 남녀가 등장하는 것도,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액션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노부부의 일상, 나른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상을 카메라로 찍었다. 광고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유명 감독도 아니다. 진모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런데도 관객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은 2009년에 개봉했던 <워낭 소리>다. 시골 노인 부부가 키우는 소에 대한 애정을 담은 <워낭 소리>는 290만 명의 관객이 봤고 눈물을 흘렸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성공 요인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공감과 감동. 거의 백 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고 다정한 일상을 보내는 노부부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노후다. 또한 지금 우리들의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던 <워낭 소리>에 비하면 비교적 밝은 톤으로 일상을 잡아냈던 것도 주효했다. 늙었고, 죽음이 목전에 있어도 일상마저 침울하면 보기에 힘이 든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다정함에 감동하고, 웃으면서 눈물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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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볼까, 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의외로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 강풀의 만화가 원작이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11년에 개봉되어 잔잔하게 인기를 끌었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서 의외의 흥행작이었다. 노인들의 섹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박진표의 <죽어도 좋아>(2002)는 관객이 많이 들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다. <워낭 소리>에서도 노인들과 소의 관계가 중심이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추억과 회고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인 접근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한국 사회는 지금 일본 못지않은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에 비해 복지는 열악하다. 60살이 넘었다 해도 체력은 여전한데 할 일은 없고, 사회적으로 무시 받는다고 생각하면 분노도 쌓이게 된다. 성실하게 일해 가족을 부양하고, 노인이 되어서 자식들에게 존경받으며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스템은 거의 붕괴한 지 오래다. 그래서 <님아, 그 강을 건너니 마오>를 보고 있으면 단지 추억 그리고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며 감동하는 것만이 아니라 ‘노인’이 사회의 다수가 되는 사회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지금 한국 사회의 이상적인 미래이자 불안한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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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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