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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더연 / 문화살롱 / 2014.12.08

 
김봉석의 영화 읽기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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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Exodus: Gods and Kings, 2014

개요  드라마|영국 외|154분|2014.12.03. 개봉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모세스), 조엘 애저튼(람세스),
        시고니 위버(투야), 존 터투로(세티)... 더보기
시놉시스 
형제처럼 자랐지만 적이 되어 버린 모세스와 람세스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대결을 그린 대서사 블록버스터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십계>. 홍해가 쫙 갈라지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유대인들이 잡신들을 모시고 춤추는 장면을 본 모세가 불벼락으로 다스리던 그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은 <십계>의 이야기를 다시 만든 영화다. 딱히 리메이크라 하기 힘든 건 너무나 유명하고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라서. 400여 년 간 이집트의 노예였던 유대인은 신이 허락한 그들의 고향 가나안으로 가기를 원한다. 유대인의 지도자가 될 인물이 태어난다는 예언을 유대인도, 이집트인도 알고 있었기에 이집트의 파라오는 그 해에 태어난 모든 유대인의 아이를 죽인다. 모세스는 강에 떠내려 보냈고, 아이를 주은 파라오의 누이에 의해 길러진다. 그리고 왕자인 람세스와 함께 형제처럼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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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공식 페이스북

 
 
 
로마의 장수가 모든 것을 잃고 검투사로 전락하여 복수를 하는 <글라디에이터>와 십자군 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킹덤 오브 해븐> 등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역사물에서도 탁월한 스펙터클과 개성적인 해석으로 인정받은 거장이다. 80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어난 대작 영화를 만들어내는 리들리 스코트를 보고 있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나이 여하에 상관없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기존의 상식과 규범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곧 젊음이다. 근작인 <프로메테우스>와 <카운슬러>는 노장의 생각이 여전히 도발적이고 생생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엑소더스>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영화다. 기존의 이야기를 너무 비틀어도, 너무 똑같이 영상으로 전달해도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는다. 적절하게 개입을 하면서도 기존의 이야기, 의미를 뒤집지 않는 것. 그것이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방법이다. <엑소더스>는 람세스와 모세스의 예견된 갈등에서 시작한다. 람세스는 왕이 될 장자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모세스가 더욱 현명하고, 용감하고. 사려 깊다. 파라오도 알고 있다. 람세스는 아버지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음을 알고 있고, 사촌인 모세스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질투한다. 그렇기에 모세스가 유대인의 자식이라는 ‘루머’를 들었을 때에도 솔깃하며 강력하게 반응한다. 선뜻 모세스를 내친다.

리들리 스코트는 세세하게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성큼성큼 나아간다. 그리고 극적인 순간들에 주목한다. 유대인을 풀어주지 않는 이집트에 내려진 저주. 나일강이 핏빛으로 변하고, 역병이 돌고, 거대한 우박이 내린다. 그리고 마침내 이집트의 장자들이 모두 죽어 버린다. 알 수 없는, 신의 힘에 의해. 그건 신의 벌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세스의 뜻이 아니다. <엑소더스>는 아이들이 죽기 이전부터 모세스의 고뇌를 보여준다.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은 이제 자신이 할 일을 하겠다고 말한 후 재앙을 내린다. 모세스는 그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한때 그들은 자신의 가족이었고, 백성이었다. 모세스는 신의 ‘정의’에 거역하지는 못하지만, 고통 받는 약자들을 보고 한없이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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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공식 페이스북


 
 
신이 인간을 벌하고, 신의 대리인인 모세스가 번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한 생각이 든다. 왜 신은 직접적으로 이집트인에게 명령하지 않는가. 왜 그들을 다스리지 않고, 자신의 민족이라는 유대인에게만 사랑을 내리는가. 비록 그 사랑조차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신은, 자신을 섬기는 대가로만 무엇을 내려주는 것은 아닐까? 제목에서 나오는 ‘신들’은 대체 왜 복수인 것일까. 정작 이집트의 신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신이 내리는 재앙은 존재하지만, 결국은 인간들이 해야만 하고 당해야만 하는 세상이다. 람세스와 모세스가 ‘왕들’이라면 대체 인간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엑소더스>의 그 시절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들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잔인하고 엄혹한 세상에서 신은 왜 아무 것도 하지 않는가.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 지금 재앙을 주고 있는 것인가. 모세스는 신을 따르고, 그가 명령한 것을 한다. 하지만 신의 정의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고통 받는다. 신을 버리지 않고, 나의 존재를 지키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인가. 유대인은 이집트를 빠져나오고 함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이후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다가 마침내 20세기에 와서야 이스라엘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아랍 국가들과 싸우고, 그 땅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박해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의 뜻이라면서.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신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이 세상의 ‘왕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모세스는 보이지 않고, 람세스만이 활개 치는 세상은 그야말로 <엑소더스>의 이집트를 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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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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