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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김찬호 저)

더연 / 문화살롱 /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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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점 만점을 받기 위해 허드렛일마저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비, 전화상담원, 마트계산원...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인간 이하의 취급에 모멸감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사례가 연일 보도된다. 익명성, 지위 등을 이용해 모욕을 주고받으며, 사람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서는 오히려 빈곤해지고 있다. 과연 한국인의 마음은 안녕한가.


 개인의 삶과 일상을 주목해 온 사회학자 김찬호는 ‘모멸감’이란 감정을 통해 한국사회 들여다보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모멸감의 문제를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지평에서 두루 이해해야 한다며 감정을 객관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의식되지 않는 무의식은 곧 운명이 된다.’는 카를 융의 말과 같이 자각되지 않는 감정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멸감을 프리즘 삼아 언어와 사회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멸감의 원천과 확산 과정을 풀어낸다. 사회구조와 역사적 맥락에서 모멸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듯 흥미진진하면서도 씁쓸하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휩쓸려 생존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내면조차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의 공허함이 느껴진 탓이다. ‘갑을 관계’로 규정되는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과거와 다른 시대에 살지만 여전히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일깨워준다. 자주적인 삶을 누리지 못한 한국사회 성장의 씁쓸한 단면이다.


 <모멸감>은 분석에 그치지 않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기위한 사회적, 개인적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한국사회는 오만과 모멸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김우창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연구의 동기를 밝히는 동시에 사회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선제조건을 슬며시 드러낸다. 글의 전개에서도 알 수 있듯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구조의 변화를 역설한다. 결국 정치영역에서의 해결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힐링’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타인으로 부터 상처를 입었다는 방증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완전한 치유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스스로 위엄을 지키는 힘을 잃어버린 삶에 버팀목이 될 사회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사회학자의 당부가 폐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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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교수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전문연구위원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오사카대학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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