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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선거권 연령 20세로 낮추자 - 더좋은 민주주의 위해 참정권 확대해야③

멸도 / 정치·행정 / 2011.06.10

피선거권 연령 20세로 낮추자 - 더좋은 민주주의 위해 참정권 확대해야③

 

우리 헌법은 명문으로 피선거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피선거권이 ‘선거직 공무원에 선출될 수 있는 권리’로서 선출된 후 공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공무담임권’으로부터 도출된다 하겠다. 공무담임권에 대해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피선거권 제한 여부를 법률에 위임하고 있음을 뜻한다. 공직선거법 제16조 제2항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25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헌법 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은 헌법으로 정하고 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피선거권 연령제한에 대해 헌법소원이 이루어졌던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문을 기초로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헌재는 당시 조○○씨 외 4인이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합헌판결)하였다.

 

 

2005년 헌재 판결, 피선거권 연령 25세 제한은 합헌

 

헌재가 밝힌 기각(합헌 판결)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피선거권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부여할 것인지는 ‘헌법이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취지’와 ‘대의민주주의 통치질서에서 선거가 가지는 의미와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여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 정할 사항

 

② 피선거권 행사 연령기준은 국회의원의 헌법상 지위와 권한, 국민의 정치의식과 교육수준, 우리나라 특유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 및 국민경제적 여건과 국민의 법감정 그리고 이와 관련한 세계 주요국가의 입법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인바, 현행 25세 기준이 현저히 높다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헌이라 단정할 수 없음

 

피선거권 연령 기준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속한다는 ①의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②에 열거한 연령기준을 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들 또한 적절해 보인다. 다만 각각의 요소에 대한 논증은 일반의 상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주요 요소들에 대한 논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대의능력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 연령기준

헌법상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갖는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대의능력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문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 어려우나 정규의 학교교육으로서 유아교육에서 고등교육에까지 이르는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하거나 또는 이러한 정규교육과정을 대체하는 직ㆍ간접적인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때에는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 선거직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로서 납세의무 및 병역의무의 이행

공선법 제49조는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한 요건으로 재산신고서, 병역증명서, 납세증명서, 학력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제출요구는 유권자로서 국민이 납세의무와 병역의무 이행을 선거직공직자의 최소한 자격요건으로 기대하고 요청하는 것

㉰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행사연령에 관한 주요국가의 입법례

독일, 스페인, 캐나다 등은 피선거권의 행사연령을 선거권과 같이 18세 이상으로, 영국(21세), 프랑스(23세), 미국(25세), 일본(25세), 이탈리아(25세), 알제리(28세), 터키(30세) 등은 피선거권의 행사연령을 선거권보다도 높게 정하고 있는 바, 일반적으로 선거권보다 피선거권의 행사연령을 3세에서 7세 정도 높게 정하는 것이 주류적인 입법례로 보임.

 

피선거권 최대한 보장하고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

첫째, ‘최대다수의 최대정치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와 ‘보통선거원칙에 따라 피선거권의 제한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비춰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낮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낮춰야 한다.

둘째,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가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식과 경험, 소양과 교육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나, 그것이 나이에 의존한다고 보기 어렵다. 어느 광고 카피에도 있듯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 어려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들어도 철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학습과 실천을 한 청소년의 경우 대의능력과 전문지식 면에서 웬만한 성인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가? 실제로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20대 초반의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웬만한 국회의원들보다 더 많은 기여, 더 큰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피선거권의 경우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실제 그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연령제한을 최대한 완화하고, 선거직공직자로서의 능력 유무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셋째, 헌재는 유권자들이 납세의무와 병역의무 수행을 선거직공직자의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논증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가? 헌법에는 납세·병역의 의무와 참정권이 다른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권리와 의무는 조건으로 묶여있는 관계는 아니다. 병역의 의무가 없는 여성이나 소득이 없어 납세실적이 없는 사람들의 피선거권을 박탈해야 하는가? 이 또한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지 병역이나 납세 의무 이행을 ‘최소한의 자격요건’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가정으로 보인다.

넷째,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 대다수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피선거권 연령이 낮다는 점과 ⓑ 피선거권 연령이 선거권 연령에 비해 약간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측면이 있어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필자의 판단은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과 동일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현행보다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피선거권 연령 ‘20세’로 낮춘다고 ‘20대 국회의원’ 나올까?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처음으로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한 14대 국회부터 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단 한명의 20대 국회의원도 배출되지 않았다. 혹자는 ‘25세’ 기준 하에서 나오지 않았던 ‘20대 국회의원’이 연령기준을 ‘20세’로 낮춘다고 나오겠냐? 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연령기준을 ‘20세’로 낮추면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20대를 20대 초중반의 학생시기(대학진학률이 80% 이상이므로 ‘학생시기’라는 표현에 대한 시비 사절)와 20대 중후반의 취업준비기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투표율로 나타나는 참여도가 어느 계층이 높을까? 20대 초반이 높다. 전체 연령대를 5년 구간으로 나눠 투표율을 조사해보면 20대 후반이 가장 낮고 그 다음이 30대 초반, 20대 초반 순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연령별

20대 초반

20대 후반

30대 초반

30대 후반

40대

50대

60세 이상

18대 국선

(2008년)

40.9

23.4

29.6

38.9

49.6

63.1

74.3

17대 대선

(2007년)

55.6

39.9

47.9

56.2

66.0

77.3

83.3

4회 지선

(2006년)

44.8

27.4

33.7

43.0

54.8

68.9

78.7

17대 국선

(2004년)

52.6

41.1

51.5

60.0

67.5

77.2

80.7

16대 대선

(2002년)

63.1

51.9

61.5

69.6

76.5

84.7

85.6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첫째 이유는 군대 때문이고, 둘째는 대학이라는 공동체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20대 초반에 군대를 가게 되는데 투표율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투표참여 운동’은 20대 초반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20대 후반 세대는 대부분 개인으로서 취업전선에 서 있거나 취업을 했지만 아직 사회적 경험과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시기로서 매우 파편화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적인 힘이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20대 초반이 20대 후반을 압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반값 등록금’문제를 봐도 그렇다. 세대적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 수 있는 힘이 훨씬 강력한 것이다. 따라서 피선거권 연령을 ‘20세’로 낮출 경우 20대 초반 세대의 강력한 ‘정치참여’ 에너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피선거권 연령 기준 하향 조정의 기대효과

첫째, 20대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청년세대에게 정치는 그림의 떡이었다. 청년세대의 현안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고 정치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없어 ‘정치적 효능감’이 매우 낮은 상태다.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추면 대학을 중심으로 ‘정치참여’의 열기가 높아질 것이며, 자연스럽게 청년실업문제, 등록금 문제 등 세대적 현안을 조직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둘째, 20대의 과소대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는 모르겠으나 산업화가 본격화된 이후 ‘20대 국회의원’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87년 민주화운동 이전과 그 직후에는 ‘운동 정치’, ‘거리 정치’의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에서 ‘청년학생’들이 큰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20대 국회의원’이 없다는 것이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1987년 6월 시민혁명으로 87년 체제(절차적 민주주의 확립)가 형성된 이후 ‘운동 정치’의 공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대신 ‘국회’와 ‘정당’을 중심으로 제도 정치영역이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이처럼 중요해진 국회에 ‘20대 국회의원’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선거권 연령 기준 하향 조정은 ‘20대의 과소대표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비례대표 홀수 순번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도록 한 ‘지퍼식 비례대표 공천제도’가 여성 국회의원 수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여성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 ‘지퍼식 비례대표 공천제도’처럼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은 ‘20대 국회의원’ 출현을 앞당길 것이고, 이는 곧 청년세대 현안을 해결하는데 긍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정당의 현대화와 정치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은 정당으로 하여금 ‘20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할 것이다. 각 정당이 당선 가능한 비례대표 순번에 ‘20대 대표’를 배치하거나 청년세대 활동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젊은 인재들이 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당을 현대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청년세대의 정당 참여가 늘어나면 정당을 통해 청년세대의 과소대표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정당이 좀 더 역동적으로 변모할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서 보듯이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면 청년세대가 정당활동을 좀 더 일찍 시작하고, 정당활동을 통해 정치적 훈련과 리더십을 검증받은 정치인들이 늘어나 정당과 정치가 유능해질 것이다.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피선거권 연령 기준 하향 조정 개정법률안 국회 계류중

피선거권 연령 기준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소속 양승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다만 양 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현행 ‘25세’에서 ‘20세’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양 의원이 왜 국회의원을 제외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쉬움이 남는다.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는 해당 개정법률안에서 제안한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에 머무르지 말고 국회의원을 포함해 피선거권 연령 기준 하향 조정 문제를 논의하길 기대해본다.

 

정치관계법 개정사항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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