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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형자에게도 선거권 부여해야 - 더좋은 민주주의 위해 참정권 확대해야②

멸도 / 정치·행정 / 2011.05.30

더 좋은 민주주의 위해 참정권 확대해야 ②

<선거법 개정사항 ②> 수형자에게도 선거권 부여하자!!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1항 2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형자의 선거권과 관련해서는 수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이 이루어졌으며, 2004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이 있었다.

 

두 번의 판결 모두 위헌 결정이 나진 않았지만 의견분포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4년 판결에서는 합헌 8명, 위헌 1명이었던 것이 2009년 판결에서는 각하 1인, 기각(합헌) 3인, 위헌 5인이었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다수였으나 위헌 판결에 필요한 6인에(위헌 판결을 위해서는 재판관 2/3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함) 미치지 못했다.

 

2009년 기각의견을 낸 3인의 논거는 2004년 합헌 취지의 8인 다수의견과 흡사하다. 따라서 2004년 합헌의견의 논거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형식으로 ‘수형자의 선거권’ 문제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2004년 헌재 합헌 판결, 수형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

 

2004년에 합헌 취지의 8인 다수의견의 논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선거권이 국민의 참정권 중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이나 우리 헌법이 선거권을 법률로 보장하는 이상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한다.

② 형이 확정된 수형자들은 공동체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사람들로서 공동체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직․간접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③ 교정시설 관리자에 의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정보왜곡으로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④ 부재자투표 기회를 이용한 외부 공범자와의 연락 등으로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⑤ 해당 법률조항(공직선거법 18조 1항 2호)이 형사처벌을 받은 모든 사람에 대해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로 보기 어렵다.

⑥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을 통해 달성하려는 법익(선거의 공정성 및 형벌집행의 실효성 확보라는 공익)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수형자 개인이 입게 되는 기본권침해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간의 균형성을 갖추고 있다.

 

선거권 제한 합헌 판결 논리는 전근대적․반인권적 관념의 극치

 

① 선거권 제한 여부가 입법자의 재량이라는 주장에 대해 1인 소수의견은 “우리 헌법은 헌법 제41조 제1항과 제67조 제1항에서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으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별도의 법률유보문언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의 준수여부가 입법자의 재량사항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선거권제한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제한입법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②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공동체 구성원을 공동체 통치조직 구성과정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중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선거권·피선거권뿐만 아니라 소송능력이나 친권, 연금수혜권 등을 광범위하게 박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수형자도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오늘날에는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상은 거의 폐기된 상태에 있다. '수형자는 반사회적 성향으로 사회공동체에 해악을 끼친 존재로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운용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헌법재판소의 논증에는 아직도 위와 같은 전근대적·반인권적 관념이 남아 있는듯하여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③ 정보왜곡과 교정시설 관리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에 따라 선거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어처구니없는 논거라 하겠다.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2004년 당시에도 구금시설에서 신문이나 책을 자유롭게 구독할 수 있었으며, TV시청도 허용되고 있었다. 정보 부족에 따른 정보왜곡 가능성 논거는 이러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 하겠다. 또한 교정시설 관리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논거는 헌법재판관들이 스스로 군사독재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논거가 정당하다면 군인들의 투표권도 박탈하자고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④ 공범과의 연락 등으로 인해 형벌집행 실효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은 위 ③만큼이나 어이없다. 사실 공범과의 연락 문제는 형이 확정된 수형자들에 비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는 (구속 상태의)피고인들이 더 문제가 될 것이다. 피고인들의 경우 피의사실을 부인하거나 형의 감경을 위해 공모할 유인이 있지만 형이 확정된 수형자들의 경우 그런 유인이 없다. 더구나 형이 확정된 수형자들은 공범이 여럿인 경우 행형 수칙에 따라 전국 각지의 교도소로 분산 수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공범이 수십명, 수백명이 아닌 이상 한 교도소에 2인 이상의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구속 수감된 피고인들은 구치소에서 부재자투표를 하고 있다. 재판관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

 

⑤ 과잉금지원칙에 대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선거권은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합치하는 한 선거권제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실현에서 선거권이 지니는 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선거권에 대한 제한은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헌법재판소는 2007년에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며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⑥ 법익간의 균형성 문제에 대해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해당 조항은 공직선거제도의 공정성이라는 공익과 수형자의 선거권이라는 기본권을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하였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즉 다수의견이 제시한 사유(②~④)들이 선거권 및 보통선거원칙을 제한하기에 충분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수형자 선거권 보장은 세계적 추세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에 따르면 미국 대부분의 주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수형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유럽연합 소속국가들의 경우, 수형자에게 제한 없이 선거권을 인정하는 국가가 18개국(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 선고된 형기에 따라 혹은 일정한 범죄유형에 따라 수형자의 선거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국가가 13개국(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이며, 수형자의 선거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12개 국가(영국, 러시아, 불가리아 등)라 한다.

 

2004년 판결에서 합헌 의견 8, 위헌 의견 1 이었던 것이 2009년 판결에서는 합헌 의견 3, 위헌 의견 5로 바뀌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위헌 여부에 관한 의견 없이 청구인이 청구기간(기본권침해 사유가 있은 때로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함)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에 이르지 못했으나 다수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5년 사이에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상당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권 관념의 변화로 많은 나라들이 전면적이든 제한적이든 수형자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형자들에게 선거권 부여해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적 정당성, 법리적 해석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 외국 입법 사례 및 세계적 추세 등 여러 면에서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형량이나 범죄유형 등을 기준으로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끝)

 

 

선거정의 바로세우기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사항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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