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김봉석의 영화 읽기 <너의 이름은>

더연 / 문화살롱 / 2017.01.16

 

김봉석의 영화 읽기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jpg

 

너의 이름은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일본|106분|2017.01.04. 개봉

감독 신카이 마코토

내용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천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 기적이 시작된다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으면 안 되는 사람. 너의 이름은?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지난 해 일본에서 개봉하여 12월 25일 기준으로 1640만명이 관람하여 213억엔의 수익을 올렸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은 대기록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면서 시들해지는 동안 일본은 차세대 미야자키를 찾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가장 유력한 감독은 <늑대아이>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였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이 개봉한 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력한 후계자는 신카이 마코토로 넘어갔다.


신카이 마코토는 2002년 기성의 제작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는 장편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연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정서와 묘사는 장편에서 늘어지고 식상해졌다. 옴니버스 단편을 이어붙인 <초속 5센티미터>는 성공적이었다. 다시 장편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모험>는 범작, 중편 <언어의 정원>은 수작이지만 후반이 아쉬웠다. 신카이 마코토는 짧은 이야기에서 감정을 잡아내고 서정적인 묘사를 통해 관객의 눈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시는 재능이 있었다. 반면 장편으로 가면 평범해진다. 신카이는 소설가보다 시인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


그러나 <너의 이름은>은 과거의 장편들과 다르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는 어느 날, 어제의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쿄의 남자 고등학생이 되는 꿈을 꾼 다음날이었다. 미츠하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알게 된다. 정말로 동경에 사는 타키와 몸이 바뀌었고 종종 그런 일이 생기게 된다. 바뀌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핸드폰에 메모를 남기면서 소통하기 시작한다. 동경에 살면서도 바쁘게 알바를 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타키와 따분한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미즈하의 체인지는 서로의 생활에 활력을 주게 된다. 그러나 갑자기 체인지는 끊겨 버리고 더 이상 핸드폰 연락조차 불가능해진다. 고심하던 타키는 미츠하를 찾아가지만 종적을 찾을 수 없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와 여자의 몸이 바뀌는 설정은 과거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종종 있었다. 아예 TS물이라고 하여 장르까지 만들어졌다. 낯선 육체에 들어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을 맞이하면서 다른 성이었기에 기발하고 때로 코믹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그린다. 성적 호기심도 종종 드러난다. <너의 이름은>은 익숙한 성전환물의 설정이지만 전개되는 이야기는 신카이 마코토의 기존 작품세계와 동일하다.


<별의 목소리>에서 연인은 먼 우주를 사이에 놓고 메일을 주고받는다. 지금 보내면 8년 뒤에 연인이 받게 된다. 그 사이에 나는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 <초속 5센티미터>은 먼 시골로 이사 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탄다. 그러나 폭설로 연착이 되고, 그들의 만남은 계속 늦춰진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물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들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씩 엇나가고 때로는 모든 것이 무너지며 찾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분명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니까.


<너의 이름은>에서 타키와 미츠하는 단지 서로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즈하의 집안은 무녀이고,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다. 타키와 미츠하의 몸이 바뀐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만나야만 했고, 그들은 이미 강한 운명의 실로 맺어져 있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때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이 필요하다. 타키는 어떤 특별한 능력도 없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미츠하를 지키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는다. 미츠하 역시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다. 내가 아니라 타인, 맺어진 누군가를 위하여 그들은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 헌신과 희생의 감동이 <너의 이름은>에는 담겨 있다. 과거에는 개인의 독백 같은 분위기였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은 <너의 이름은>에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오타쿠가 아닌 누가 보아도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과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다.


 

kimbongsuk.jpg

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와 만화 전문 웹진 에이코믹스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좋은 글은 다른 이들과 나눠주세요

댓글 0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