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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마스터>

더연 / 문화살롱 / 2016.12.27

 

김봉석의 영화 읽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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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개요 액션, 범죄|한국|143분|2016.12.21 개봉

감독 조의석

출연 이병헌(진회장), 강동원(김재명), 김우빈(박장군), 더보기

내용

지능범죄수사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브레인

서로 속고 속이는 추격이 시작된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요즘엔 책도 안 팔리고, 영화도 안 본다고 말들이 많다. 8시는 영화관에 관객이 제일 많을 시간인데, 다들 jtbc 뉴스를 보느라 가지 않는다고 한다. 책이나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건이 연일 뉴스에 나오는데 왜 보겠냐는 것이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는데, 최순실 때문에 뭔가 초라해진 느낌이 든다.


이병헌과 강동원이 출연한 <마스터>는 희대의 사기범을 잡기 위한 형사의 분투를 그린 영화다. 회원의 수를 늘려가며 돈을 받아 챙기는 피라미드 수법으로 회사를 키워온 원네트워크의 진회장. 이제는 은행까지 인수하려 손을 뻗치는 진회장의 수법은 탁월한 언변과 수려한 마스크, 정계와 검찰 등 고위층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인맥이다.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은 진회장을 잡기 위해 측근인 박장군을 회유한다.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전산실의 위치와 로비 장부를 넘기면 감형해준다는 것. 눈치빠른 진회장은 음모를 꾸미고, 박장군도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은 전작인 <감시자들>에서 치밀하고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를 선보였다. <마스터>도 비슷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사와 사기꾼의 머리싸움. 자금 세탁을 하고, 해외 계좌로 보낸다. 국내의 은밀한 곳에 감춰두기도 한다. 측근이 경찰에 잡혀가면 바로 비상을 내리고 관련 자료를 폐기한다. 누가 증거를 가지고 있고, 누가 누구를 배신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게다가 악당들은 저마다 음모를 꾸미며 한탕 챙기려 한다. 겨우 꼬리를 잡았나 싶더니만 모든 것을 뒤엎으며 진회장은 해외로 도피한다. 그리고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더 큰 사기극을 준비한다. 진회장이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수법이 필요하다. 김재명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잡는다.


<마스터>는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 진회장은 피라미드 사기사건으로 4조원을 가로챈 조희팔이 연상된다. 로비 장부를 둘러싼 각축전이나 자살을 위장한 고위 공직자의 타살 등 수많은 현실이 오버랩된다. 진회장은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수많은 로비를 한다. 뇌물을 주고, 그것을 받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노골적으로 그를 밀어준다. 그가 잡히면 줄지어 그들의 이름도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


사실 복잡해 보이는 사건들에 비해 흐름은 단조롭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그다지 없다. 복잡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장면들은 기능적으로 쓰일 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다. 이야기도 복잡한데 영상도 어지럽거나 상징이 많으면 더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죽 따라가기는 쉬운데 특별한 감흥이 없다. 감정이 확 느껴지기는 하는데, 이야기 자체의 힘이라기보다는 현실의 무엇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김재명이 진회장을 압박해 들어갈 때, 경찰청장은 우려를 표명한다. 해봤자 꼬리만 자르고 오히려 다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재명과 그의 팀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진회장을 비호하는 모든 이들을 다 잡기 위해 로비 장부에 집착하고 무리한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최순실에게 보듯이, 모든 것이 다 짜고 돌아가는 판이다. 국회의원, 검찰, 공무원 등 힘 있는 자들이 온갖 협잡과 음모를 만들어낸 한통속이다. 그들 중 아래의 두어 명을 잡아내 봤자 진회장 같은 이들은 끝없이 나타난다. 그들을 잡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


<마스터>가 재미있는 이유는 보고 있으면 우리의 현실을 너무나 그대로 보여줘서 화가 난다는 것. 재미없는 이유는 그것을 너무 평면적으로 보여줘서 화만 나고 끝난다는 것.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 머물러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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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와 만화 전문 웹진 에이코믹스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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