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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판도라>

더연 / 문화살롱 / 2016.12.12

 

김봉석의 영화 읽기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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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개요 드라마, 스릴러|한국|136분|2016.12.07 개봉

감독 박정우

출연 김남길(재혁), 김영애(석여사), 문정희(정혜),  더보기

내용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앞에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믿고 있던 컨트롤 타워마저 사정없이 흔들린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2011년 3월이었다.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은 그동안 일본에서도 가장 큰 지진이었고,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가 멈추면서 방사능이 유출되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원전 사고의 대표격이 되었다.


<연가시>를 만들었던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는 한국의 원전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다. 유형은 동일본대지진과 비슷하다. 대형 지진이 울진 지역을 강타하고 내부의 균열이 생기면서 냉각수가 새기 시작한다. 온도가 계속 높아지면 폭발하여 엄청난 재앙이 된다. <판도라>는 원전 사고가 어떻게 가능하고,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보여준다. 지나치게 신파로 끌고 가는 경향은 단점이지만 재난을 당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이 그야말로 ‘한국적’이어서 너무나 공감이 된다.


지금 한국 원자력 발전소의 가장 큰 문제는 노후 원자로가 많다는 것이다. 30년, 40년이 지나면 철저하게 점검을 해서 균열된 곳 등 문제를 찾아내 보수하여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점검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생겨도 급히 복구를 하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지진 같은 상황이 닥치면 그야말로 재앙이 된다. 일본의 후쿠시마 역시 지진의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재난이 되었다. 아무리 확률이 낮더라도 안전에는 늘 최대치를 생각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는 국무총리와 결탁한 원전 마피아가 유지, 보수를 간소화한 법률을 통과시켜 재난의 원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지진이 일어나고,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책도 문제다. 소장인 평섭은 당장 대책을 마련하려 하지만 상사는 본사에 연락을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계속 물을 부어주어야 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바닷물을 쓸 수 없다. 일단 해수를 넣으면 다시 가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거부하고, 윗선을 통해 소방수들도 해수를 사용할 수 없게 명령을 내린다. 더 큰 사고를 막는 것보다 그들의 이익이 더욱 중요하다.


이미 세월호 사건에서 익히 보았다. 사고가 벌어졌을 때, 그들을 구해야 할 정부와 책임자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만을 생각했을 뿐 그들은 생명을 구할 생각이 없었다. <판도라>는 젊은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관료집단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국무총리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지역민의 대피도 막으라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혼란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주민들이 외부로 나갈 수 없게 실내 운동장에 가둬두고 긴급 상황이 닥치니 관료와 경찰 등 책임져야 할 이들만 도망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한국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판도라>의 주인공인 재혁의 아버지와 형은 원전 사고로 죽었다. 그래서 재혁은 원전을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것을 알았을 때도 재혁은 바로 도망칠 생각만 한다. 하지만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그는 위험한 임무를 맡는다. 후쿠시마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내부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안에 들어가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 엄청난 방사능에 피폭이 되고,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들어가야만 한다. <판도라>에서 만약 처음부터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복구 작업을 했다면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임자들은 어떻게든 도망칠 생각, 자신의 책임을 모면할 생각뿐이었다.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도망치고 빠져나가고, 결국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과 가족, 친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서야만 한다. 이게 바로 한국의 상황이다. <판도라>가 아주 잘 만들어진 재난영화는 아니다. 신파는 너무 많고, 상황들도 억지가 많다. 그런데 재난이 일어나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벌어지는 상황이 그야말로 한국의 실태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책임자들을 어떻게든 법정에 세우고 싶고, 그들의 책임을 일깨우고 싶다. 너무나 화가 나고 눈물이 난다. <판도라>는 지금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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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와 만화 전문 웹진 에이코믹스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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