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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고스트버스터즈>

더연 / 문화살롱 / 2016.08.24

 

김봉석의 영화 읽기

<고스트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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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버스터즈


개요 액션, 코미디, SF|미국|116분|2016.08.25 개봉

감독 폴 페이그

출연 멜리사 맥카시(애비), 크리스틴 위그(에린), ... 더보기

내용

초자연 현상 전문가 애비, 물리학 박사 에린, 무기 개발자 홀츠먼이 모여 만든 유령 퇴치 전문 회사 ‘고스트버스터즈’. 어느 날, 뉴욕 한복판에서 유령들이 출몰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뉴욕 지리에 정통한 신참 패티와 금발 섹시 비서 케빈까지 채용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유령을 사냥하기 시작하는데…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1984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는 뉴욕에 나타난 유령들을 잡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나는 주제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온갖 것을 먹어치우는 녹색 괴물, 거대한 호빵맨(사실은 마시멜로맨이지만 그 때의 번역 이름은 그랬다)이 등장하여 거리를 파괴하는 장면 등 볼거리가 넘쳐났다. 과거 히트작의 리메이크 붐이 일기 시작한지 오래인데 아직까지 <고스트버스터즈>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마침내 32년 만에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가 찾아왔다.


전임 교수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물리학자 에린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애비와 함께 쓴 ‘유령’에 관한 책이 다시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다. 소원해진 지 오래인 애비를 찾아가 책을 없애려 하지만 오히려 유령 퇴치에 함께 나서게 된다. 결국 학교에서도 쫓겨난 에린은 애비, 엔지니어인 홀츠먼 그리고 뉴욕의 지리에 빠삭하고 삼촌의 영구차를 빌려올 수 있는 패티와 함께 유령 퇴치 전문회사를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사람은, 유일한 남자이고 금발의 바보인 케빈.


<고스트버스터즈>의 리메이크 소식이 들렸을 때 누구나 기대한 것은 어떤 유령들이 등장하는가였다. 32년간 특수효과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기에 이제는 어떤 유령의 어떤 짓도 가능하게 되었다. 원작에 등장한 먹깨비와 마시멜로맨을 비롯하여 날개달린 악마 등 천 여개의 유령이 등장한다. 할로윈의 기괴한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괴이한 유령들의 행진도 있다. 4명의 고스트버스터즈가 신식 무기를 이용하여 유령들과 격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도 있다. 새로운 유령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충분히 충족된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가 전작 이상의 새로운 영화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성’이다. 원작의 고스트버스터즈는 모두 남성이었다. 최고의 코미디 스타였던 빌 머레이를 비롯하여 댄 애크로이드, 해롤드 레미스 등이 팀을 이뤘고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주변에 있었다. 시고니 위버는 빌 머레이가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유령에게 빙의되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는 과거의 성역할을 완전히 뒤집는다. <어벤져스>의 토르인 크리스 햄스워스가 연기하는 케빈은 보통 남자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양념으로 등장하는 섹시한 금발미녀를 완벽하게 뒤집어 패러디한다. 누구나 홀리는 웃음을 가진 멍청하고 순진한 금발의 근육남. 케빈은 유령에게 빙의되어 세상을 종말로 이끄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가 폴 페이그 감독에게 맡겨졌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폴 페이그는 <스파이>와 <더 히트>의 감독이다. <더 히트>는 남자 두 명이 아웅다웅하며 우정을 키워가는 버디 무비의 관습을 여성으로 역전시켜 멜리사 맥카시와 산드라 블록을 출연시킨 액션 코미디다. <스파이>에는 멜리사 맥카시와 주드 로, 제이슨 스타뎀이 나온다. 전형적인 스파이물에 나올 남자들과 멜리사 맥카시가 함께 등장하면서 기존의 성역할을 신나게 조롱한다. <고스트버스터즈>도 그렇다. 4명의 고스트버스터즈는 흔히 ‘여전사’라고 부를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블랙 위도우를 떠올리면 안 된다. 남자를 압도할 근육질도 아니다. 보통의 여성들이다. 사실 기존의 고스트버스터즈도 그랬다. 보통의 남자들, 아니 두뇌 말고는 그리 잘난 것도 없는 남자들이 영웅이 되어 세상을 구한다. 보통의 남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는 그동안 숱한 영화와 대중매체에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은 없었다. 여성이 세상을 구하려면 엄청나게 섹시하거나 하여튼 압도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해야만 했다. <고스트버스터즈>의 그녀들은 그렇지 않다. 보통의 여자들이 세상을 구한다. 게다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고스트버스터즈>는 대단히 새롭고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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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와 만화 전문 웹진 에이코믹스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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