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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부산행>

더연 / 문화살롱 / 2016.07.26

 

김봉석의 영화 읽기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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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개요 액션, 스릴러|한국|118분|2016.07.20 개봉

감독 연상호

출연 공유(석우), 정유미(성경), 마동석(상화), ... 더보기

내용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42KM.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최근 몇 년간 ‘좀비 아포칼립스’, 즉 좀비로 인한 종말의 과정이나 이후를 그린 만화, 소설, 영화 등이 대중문화의 주류에 안착했다. 공포영화 중에서도 마니악한 영역에 머물렀던 좀비가 21세기 들어 새로운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한 것이다. 너무 잔인하고 끔찍했기에 비주류 공포영화로만 득세했던 좀비물이 21세기 들어 대중적인 공포로 부상하게 된 것은 대니 보일의 <28 일 후>(2002) 덕분이었다. 초자연적인 설정을 배제하고 ‘분노 바이러스’ 때문에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공포를 그린 <28 일 후>는 그야말로 야수처럼 뛰어다니는 ‘좀비’들과 대결하는 액션영화였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소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로맨틱한 반영웅으로 변신하는 동안 좀비는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으로 확장되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의 대부분의 공식을 만들어낸 것은 조지 로메로의 ‘데드 3부작’이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 <시체들의 새벽>(1978) <죽음의 날>(1985)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깨어난 시체들, 어기적거리며 탐욕스럽게 인육을 찾아 헤매는 좀비, 좀비에게 물리면 다시 좀비가 되는 사람들, 사랑하는 이가 좀비가 되었을 때의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바이러스처럼 증식하며 다가오는 종말의 공포, 매스미디어에 세뇌되어 주체적인 사고력을 잃은 현대인에 대한 은유, 좀비보다도 야비하고 잔인한 인간에 대한 절망 등등 좀비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20년 만에 만든 <랜드 오브 데드>(2005)에서 로메로는 학습하는, 진화하는 좀비를 보여준다. 즉 좀비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는 새로운 종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리고 <월드 워 Z>는 좀비물이 마니아들만의 사랑을 받는 끔찍한 괴물이 아니라 일종의 바이러스와 폭력의 상징으로서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좀비 블록버스터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쇼생크 탈출>의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가 제작한 AMC의 드라마 <워킹 데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좀비물은 확실하게 주류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만화에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진 <아이 앰 히어로>를 비롯한 많은 좀비물이 인기를 끌었다. 유독 한국에서만 좀비물은 아주 미미했다. 공포 장르가 한국에서는 워낙 비주류였던 이유도 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이 만든 <부산행>은 관객에게 큰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월드 워 Z>가 그랬듯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지저분하지만 않다면 좀비는 이미 대중적인 캐릭터로 존재한다.


펀드 매니저인 석우는 딸 수안을 데리고 부산행 기차를 탄다. 출발 직전 상처를 입은 여인이 열차에 탑승한다. 그리고 변한다. 승무원이 물리고 다시 변하고를 거듭하면서 부산행 기차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임신한 아내 성경을 보호하려는 중년남 상화, 고등학교 야구선수인 영국과 그를 좋아하는 진희 등 탑승객들은 좀비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부산행>의 강점은 무엇보다 감독이 좀비물에 정통하다는 것이다. 좀비물 마니아인 연상호 감독은 아직 좀비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에게 좀비 블록버스터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 추악한 외관이 아닌, 몸을 기이하게 비틀고 꺾으면서 달려드는 좀비의 모습은 공포를 느끼게 한다. <부산행>의 좀비는 어두워지면 보지 못하고, 냄새를 맡지도 못한다. 주로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여 사람을 쫓아다닌다. 좀비와 싸우며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전투방법은 객차를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가까운 사람이 좀비로 변했을 때의 갖가지 반응도 나온다. 그러니까 좀비물의 공식을 거의 다 끌어들이면서 한국적 상황으로 잘 만들어냈다.


사회적인 문제의식도 곁들인다. <설국열차>처럼 석우와 상화는 앞 객차로 나아가면서 안전지대를 찾는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입구를 막아 놨다. 좀비들과 싸우면서 감염되었을 수도 있는 그들을 들여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폐쇄적인 사회. 그들을 선동하는 이는 대기업 임원인 용석이다. 용석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좀비로 변하고 모든 것이 파괴된다. 그의 선동에 쉽사리 넘어가는 대중들도 그만큼 밉고 추악하다.


연상호 감독은 원래 좀비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먼저 만들었다. 서울역에 좀비가 발생하고 아수라장이 되는 설정이다. <서울역>을 제작하던 중 실사 영화 제의를 받게 되고, <부산행>을 <서울역>과 이어지는 스토리로 만들었다. <부산행>을 보면 서울역 구내에서 소동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8월에 개봉하는 <서울역>과 함께 <부산행>을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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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와 만화 전문 웹진 에이코믹스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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