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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갓 오브 이집트>

더연 / 문화살롱 / 2016.03.02

 

김봉석의 영화 읽기

<갓 오브 이집트>

 

갓 오브 이집트.jpg

 

갓 오브 이집트


개요 모험, 판타지|미국|126분|2015.03.03 개봉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제라드 버틀러(세트), 브랜튼 스웨이츠(벡),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호루스), ... 더보기

내용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이집트 제국, 태양의 신 ‘호루스’의 두 눈을 빼앗고 어둠의 신 ‘세트’가 왕위를 강탈한다. 한편 도둑 ‘벡’은 아내를 위해 호루스의 한 쪽 눈을 훔치고 둘은 함께 세트에게 맞서기 위해 길을 나선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학교에서 배웠거나 책으로 읽은 이집트 신화를 떠올려보자. 그리스 신화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오시리스, 호루스, 아누비스 등의 이름이 기억날 것이다. 고대의 신화가 흔히 그렇듯 신들의 세계도 인간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과 질투와 욕망이 들끓으며 죽이고 죽기를 반복한다. 부활과 재생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 역시 유한한 존재다.


<갓 오브 이집트>는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설정이 조금 기이하다. 신들만이 사는 세계가 아니라 그들이 창조한 인간과 공존하는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다. 신은 인간보다 큰 거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동물로 변신할 수도 있다.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황금이나 은빛의 갑옷을 입은 것 같은 형상이다. 모든 것을 창조한 신 ‘라’는 큰 아들인 오시리스에게 나일강 연안을, 작은 아들 세트에게는 사막을 주어 다스리게 한다. 오시리스가 아들인 호루스에게 왕위를 물려주던 날, 세트가 나타나 오시리스를 죽이고 호루스의 두 눈을 빼앗는다. 두 눈을 빼앗긴 채 은둔하던 호루스는 인간인 벡의 도움을 받아 함께 ‘모험’을 떠난다.


<갓 오브 이집트>는 신과 인간이 공존한다. 인간보다 월등한 힘과 능력을 지닌 신은 인간을 지배한다. 고대와 중세 아니 지금도 왕이나 지배자를 신으로 추앙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갓 오브 이집트>는 아예 신이 인간을 다스리는 사회로 설정한다. 인간이 신을 넘보는 경우는 없다. 애초에 불가능하니까. 인간은 신을 믿고 따르며, 신들의 결정에 무조건 따른다. 신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현명하거나 하지는 않다. 인간보다 우월할 뿐.


하지만 도둑인 벡은 신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딱히 신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도 믿지 않는다. 벡의 연인인 자야는 신을 믿고 따른다. 세트가 왕이 되어 폭정을 휘두를 때에도, 호루스가 모든 것을 잃고 자포자기 했을 때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결국은 호루스가 돌아와 정의가 구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을 단지 지배하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던 호루스는 벡의 도움을 받으며, 벡과 자야의 믿음을 깨달으며 변화한다. 영웅과 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고난과 모험이다. 역경을 거쳐야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깨닫게 되고, 진정한 영웅이자 신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갓 오브 이집트>는 호루스의 모험을 그린 영화다.


<갓 오브 이집트>의 볼거리가 신들의 전쟁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벡과 자야의 러브 스토리가 눈에 들어온다. 벡이 호루스를 돕는 이유는 단 하나, 저승으로 간 자야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여기에 호루스와 사랑의 신 하토르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호루스를 살리기 위해 세트의 품에 안겼던 하토르는 사랑을 믿는다. 자야를 살리려는 벡에게 감동하여 스스로 희생한다. 그것이 인간의 믿음에 대해 신이 응당 해야 하는 보답이라고 생각하면서. 벡이 없었다면, 하토르가 없었다면 호루스의 깨달음은 없었을 것이다.


<갓 오브 이집트>는 황당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병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을 넘어 외계의 악마를 필사적으로 막으며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지키는 신의 모습, 죽음의 세계까지 하나의 현실로 드러내는 설정은 그야말로 광대하고 기이하다. 하지만 신화의 세계를 차용하여 그럴듯한 이세계로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볼만한다. 이름과 설정을 끌어와 완전히 다른 판타지를 창조한 것이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오벨리스크, 사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들의 전쟁도, 일본 애니메이션 <성투사 성시>를 떠올리게도 하는 신들의 변신 등 볼거리는 있다. 신들의 자태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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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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