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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더연 / 문화살롱 / 2015.12.28

 

김봉석의 영화 읽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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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개요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미국|121분|

       2015.12.03 개봉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에밀리 블런트(케이트 메이서), 조슈 브롤린(맷 그레이버),

       베니치오 델 토로(알레한드로), ... 더보기

내용

하나의 작전, 서로 다른 목표

당신이 믿었던 정의가 파괴된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죽음 뒤에는 정말로 천국과 지옥에 가게 될까? 불교나 기독교나 많은 종교에서 지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악인은 자신이 지은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그런데 혹자는 이야기한다. 이 세상이 곧 지옥이라고. 어느 곳에서 어떻게 태어나는지가 이미 지옥이라고. 인도의 수드라 계급 아래 불가촉천민이라든가, 아프리카의 콩고나 라이베리아에서 내전의 아비규환 한가운데 태어난다면 그것이 이미 지옥이라고. 10살도 안 된 아이를 데려다 총을 쥐어주고 병사로 쓰거나, 무고한 이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 불구로 만드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심정적으로는 동의하게 된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배경이 되는 멕시코 후아레즈라면 어떨까? 미국 엘 패소의 국경 건너 멕시코의 후아레즈는 한때 관광지로 인기를 끌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려는 남미 사람들이 몰려들고, 미국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마약 조직들이 세력 다툼을 하면서 지옥이 되어버렸다.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130 건의 살인이 일어났고, 갱단은 라이벌 조직만이 아니라 그들을 따르지 않는 시민까지 수시로 살해하여 시체를 잘 보이는 곳에 매다는 등 무법천지가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여성이 납치, 강간, 살해되고 치안을 맡은 경찰들도 숱하게 죽어간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FBI 요원 케이트가 맷이 지휘하는 CIA의 마약조직 소탕 작전에 투입되면서 시작된다. 미국에서 마약 사범을 아무리 잡아들여도 변하는 것은 없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직접 공격해야한다. 멕시코와 공조하여, 때로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강력하게 대응한다. 케이트는 첫날부터 후아레즈에 가서 마약조직 간부를 압송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처음 가 본 후아레즈는 살벌하다. 교각에는 마약 조직이 처형한 시체가 걸려 있다. 여기저기서 총격과 폭발음이 인다. 국경 부근에서 여지없이 총격전이 벌어지고 특수부대가 선제공격을 가한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맷과 함께 작전을 이끄는 이는 사냥개, 유령이라고 불리는 알레한드로. 그는 복수를 위해서 맷과 손잡았다. 지금 중요한 적을 잡을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맷은 케이트에게 말한다. 과거에는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일원이었고, 멕시코의 마약 조직에게 가족을 잃은 알레한드로는 복수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케이트는 다르다. 법의 한도 내에서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당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맷과 알레한드로는 이미 지옥을 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법을 뛰어넘는다. <시카리오>는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세상은 이미 지옥이라고. 그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겠냐고. 알레한드로는 케이트에게 충고한다. 조그마한 시골로 가라고. 그곳은 아직 법이 살아 있을 테니까. <시카리오>는 엄청난 영화다. 보는 내내 지옥 같은 현실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준다. 쉽게 개입하지 않고, 옆에서 보는 것처럼 리얼하게 상황들을 보여준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이름을 알린 영화는 <그을린 사랑>이었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중동에 가서 아버지의 흔적을 쫓던 쌍둥이 남매는 끔찍한 역사의 진실을 만난다. <프리즈너스>도, <에너미>도 드니 빌뇌브는 세상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세상이 얼마나 가혹하고,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이야기한다. <시카리오>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어떻게 거대한 악과 부정에 맞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니 케이트가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드라마 <브릿지>와 만화 <브라보, 나의 삶>을 권한다. <브릿지>는 엘 패소와 후아레즈 사이의 국경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두 도시의 형사가 공조하여 수사를 하게 되는 이야기다. 후아레즈가 대체 어떤 곳인지 잘 보여준다. <브라보, 나의 삶>은 유럽의 만화가가 범죄의 도시라는 악명을 듣고 후아레즈를 찾아간다. 그리고 후아레즈와 인근에 사는 보통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듣고, 현실을 보여준다. 추가로 마약 카르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콜롬비아에 실존했던 마약 조직의 보스 에스코바르의 일화를 보여주는 드라마 <나르코스>가 있다. 후아레즈 등 멕시코가 얼마나 폭력과 협잡이 지배하는 곳인지 보고 싶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더 로드>의 원작을 썼던 코맥 맥카시가 시나리오를 쓰고 <글래디에이터>와 <마션>의 리들리 스코트가 감독을 한 <카운슬러>를 보면 좋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은 중남미의 마약 조직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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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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