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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극적인 하룻밤>

더연 / 문화살롱 / 2015.12.07

 

김봉석의 영화 읽기

<극적인 하룻밤>

 

극적인 하룻밤 포스터.jpg


극적인 하룻밤


개요 멜로, 로맨스|한국|107분|2015.12.03 개봉

감독 하기호

출연 윤계상(정훈), 한예리(시후), 박병은(준석)... 더보기

내용

연애 ‘을(乙)’ 정훈과 시후, 원나잇 쿠폰 열 번 찍고 약속대로 쿨하게 굿바이 할 수 있을까?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사랑의 형태나 방식은 변화무쌍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은 영원하고 순수하다는 고리타분한 진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이상하거나 뒤틀리거나 색다른 사랑은 과거에도 늘 존재했다는 것이다. 선남선녀가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하고 해로하는 길은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을 살 수도 있는, 꽤 좋은 사랑의 방식.


<극적인 하룻밤>은 몸으로 시작하여 마음으로 가는 연인을 보여준다. 원나잇으로 시작된, 요샛말로 몸친 즉 섹스 파트너였다가 연인이 되는 이야기다. 요즘 세태가 너무 막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떻게 만나서 일단 섹스부터 한 후에 사랑이 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사랑은 예전에도 있었다. 1986년에 개봉했던 데미 무어와 로브 로 주연의 <어젯 밤에 생긴 일>도 그런 이야기였다. 오로지 즐기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젊은 남자가 여느 날처럼 클럽에서 한 여자를 만나 원나잇을 한다. 다시 연락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난다. 다시 그녀를 찾아간다. 사랑이 시작된다. 30년 전에도 몸으로 시작해 마음으로 가는 사랑은 있었다.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녀 2천여 명에게 설문한 통계를 보면, 원나잇 경험자가 47.1%였다고 한다. 그 중 36.1%는 원나잇 이후 다시 만났고 9%는 원나잇 상대와 연애를 했다. 그러니까 원나잇은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상대에 대해 더 자세하고 알고, 마음만이 아니라 몸도 맞는지 알아보는 방법. 서로 원하고, 서로 다른 마음이 없다면 합의에 의해 가능한 일종의 데이트. <극적인 하룻밤>은 영화 이전에 연극이 있었다. 지금까지 10회 시즌 연장을 하며 대성공을 거두어 누적 관객 22만명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겨우 22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원나잇으로 시작된 사랑 이야기는 젊은 관객에게 충분히 공감을 준 것이다.


영화로 각색된 <극적인 하룻밤>은 유별난 사랑이라기보다는 충분히 그럴법한,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리얼한 사랑 이야기다. 의도적인 원 나잇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정훈과 시후는 전 애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다. 정훈의 연인 주연은 의사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가진 남편이 필요했고, 시후의 연인 준석은 병원을 개업할 재력을 가진 아내가 필요했다. 버림받은 정훈과 시후는 결혼식장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정신없는 와중에 섹스를 하게 된다. 그밖에도 단 하룻밤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하여튼 좋았다. 그 날 밤은, 그 밤 섹스는. 헤어진 사람끼리 연애를 시작하자니 뭔가 쑥스럽고 해서 두 사람은 몸친을 하기로 한다. 딱 열 번만. 그렇게 시작한다.


<극적인 하룻밤>은 섹스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지만, 섹스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가지는 않는다. <극적인 하룻밤>의 진짜 매력은 디테일이다. 로맨틱 섹스 코미디의 과장되고 전형적인 요소가 잔뜩 있기는 하다. 설레발을 치지만 사실 순진한 친구부터 성을 즐기는 여성 상사, 사랑이 시작될 것 같으면 끼어드는 옛사랑의 그림자 등등. 하지만 연애에서 자신을 내세우기 힘든 정훈과 시후의 초라한 캐릭터부터 서서히 느껴지는 연정을 드러내는 작은 몸동작과 중요한 소품, 순간 끼어드는 극적인 사건들의 결까지 <극적인 하룻밤>은 보는 내내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정훈과 시후는 약자이고, 불안한 청춘이다. 그들이 놓인 상황이 워낙 열악해서 아리고 씁쓸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아무 것도 없어서 일단은 몸에 끌려들지만 그들에게는 그것 말고도 많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솔직하고, 유쾌하다. 물론 섹스는 중요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섹스와 함께 하는 삶이고, 일상이다. <극적인 하룻밤>은 극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그 다음에 벌어지는 더 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섹스 코미디의 공식 위에 잘 버무려 놓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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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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