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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007 스펙터>

더연 / 문화살롱 / 2015.11.10

 

#김봉석의 영화 읽기

<007 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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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펙터

  
개요  액션, 스파이|미국.영국|1482015.11.11 개봉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 레아 세이두(매들린 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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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최악의 적 스펙터와 제임스 본드의 과거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살인 면허를 가진 영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의 활약을 그린 007 시리즈는 그동안 23편의 영화가 나왔다. <007 스펙터>는 24번째 영화. 다니엘 크레이그는 <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라스> <스카이폴>에 이어 4번째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고 <스펙터>를 끝으로 하차한다. 다음 007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가 연기하게 된다. 1962년 <살인번호>로 시작된 007 시리즈는 숀 코네리 6편, 조지 레젠비 1편, 로저 무어 7편, 티모시 달튼 2편, 피어스 브로스넌 4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판권 분쟁이 생겨 시리즈에 속하지 않는 데이비드 니븐의 <카지노 로얄>과 숀 코네리가 잠시 돌아온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도 있다.


영국의 첩보기관 MI6 소속인 제임스 본드는 양복과 넥타이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신사의 이미지였다. 어떤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을 내리며 여자에게 친절한 젠틀맨. ‘영국 첩보원’의 신사 이미지는 지난 해 히트한 <킹스맨>에서도 반복된다.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은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창조했다고 평가된다. 숀 코네리는 냉정한 야수 같은 느낌의 스파이를 연기했고, 로저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은 매력적이고 유머 감각 넘치는 바람둥이였다. 칭찬보다 비판이 많았던 조지 레젠비와 티모시 달튼은 장점을 미처 보여주지 못한 채 하차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 개성적인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카지노 로얄>이 개봉했을 때 ‘블루 컬러 007’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수트 차림은 멋지지만 신사의 느낌보다는 훨씬 거칠고 동물적이었다. 근육을 과시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는 좀 더 바닥의 그것이었다. 영화도 그랬다. <카지노 로얄>에서 <스카이폴>까지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는 점점 음울해지고, 사랑하는 여인과 존경하는 상관이 살해당하고, 제임스 본드의 과거가 맞물리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조직의 도움을 받지 않고, 외로운 늑대처럼 홀로 악당들을 쫓아다닌다. 스파이영화만이 아니라 복수극의 느낌도 강하다.


<스펙터>는 멕시코에서 열리는 죽음의 축제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암살자를 쫓아가 죽여 버린 제임스 본드는 개인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한다. <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의 상관이었던 M은 살해당했고, MI6 본부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본드의 어린 시절이 드러난다. <스펙터>는 다음 이야기다. M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007 시리즈 최강의 적인 스펙터는 그동안 어둠 속에서 존재했지만 <스펙터>에서는 전면에 드러나 제임스 본드와 대결하게 된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드의 정체도 밝혀진다.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후 007 시리즈는 가볍고 신나는 오락물로서의 성격이 강해졌다. 티모시 달튼의 <리빙 데이라이트>와 <살인면허>는 정통 첩보물로 돌아가려 했으나 실패했고, 피어스 브로스넌의 <골든 아이>는 로저 무어 007의 확장판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본 아이덴터티>로 시작된 제이슨 본 시리즈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스파이 영화다. 21세기의 첩보영화는 모든 것이 뒤엉킨 상태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정의에 대해 고뇌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점에서 007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는 의미가 있었다. 살인이 허용되는 스파이는 과연 암살자와 무엇이 다른가. 제임스 본드는 무엇을 위해서 행동하는가. 그의 목적은, 가치는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스펙터>는 007 시리즈에서 관객이 원하는 스펙터클과 긴장감, 자동차 추격전과 액션 등을 고전적인 스타일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4편의 영화를 포함하여 그동안의 007 시리즈 전체를 총정리한다. 제임스 본드는 대체 누구인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생각으로 정보기관에 들어갔고, 어떤 미래를 살아갈 것인가. 4편의 영화에서 본드의 주변을 감돌았던 어둠, 죽음의 기운은 <스펙터>에서 비로소 정체를 드러내고, 걷히게 된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고 007 시리즈의 한 막이 마침내 내렸다는 기분이다. 다음 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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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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