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김봉석의 영화 읽기 <하늘을 걷는 남자>

더연 / 문화살롱 / 2015.10.26

 

#김봉석의 영화 읽기

<하늘을 걷는 남자>

 

하늘을걷는남자_포스터.jpg

하늘을 걷는 남자

  
개요   드라마, 모험|미국|1422015.10.28 개봉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셉 고든 레빗(펠리페 페팃), 벤 킹슬리(파파 루디),
          더보기
내용 
과연 인간이 하늘 위를 걸을 수 있을까?
전세계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세상에는 몽상가들이 있다. 도대체 저런 일을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위대한 예술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우주 개발이나 심해 등의 원대한 꿈에 도전해보겠다는 욕망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이 세상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9.11 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사이에 와이어를 설치하고 걸어가 보겠다는 꿈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 그걸 한다고 해서 무엇이 변하나. 하지만 몽상가들의 철없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 공기가 바뀌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아니어도, 무엇인가 달라지기는 한다.

 

어렸을 때 곡예를 보고 반했던 프랑스인 필리페 페릿은 저글링와 외줄타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곡예사가 되었다. 페릿은 어느 날 잡지에서 본 무역센터 빌딩에 마음을 뺏긴다. 110층의 무역센터 빌딩에 와이어를 달고, 412미터 높이 위에서 42미터의 거리를 걸어가 보고 싶은 것이다. 시험 삼아 노트르담 대성당에 줄을 걸고 건너갔던 페릿은 마침내 친구들과 함께 무역센터 줄타기에 도전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실화다. 페릿은 1974년 8월, 무역센터 빌딩이 완공되기 직전에 와이어를 달고 왕복을 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덟 번이나 오락가락했다. 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는 2008년에 만들어졌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곡예사가 된 페릿의 꿈은 1968년 이후 오로지 무역센터였다. 그것을 위해서 한때 싸웠던 스승에게 다시 줄타기를 배우고, 영어를 익히고, 조력자를 얻는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페릿의 과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무역센터를 원했는지를 소탈하게 그려낸다. 무역센터에 잠입하는 과정은, 금고를 털거나 보물을 훔치는 케이퍼 무비처럼 쾌활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무역센터에 와이어를 달고 건너가겠다면 누가 흔쾌히 허락해 주겠는가. 엄청나게 무거운 와이어를 옥상까지 가져가야 하고, 아침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만 한다. 인부와 경비들에게 들키면 아예 줄 위에 오를 수도 없다.

 

일단 와이어에 오를 준비가 끝나면, 모든 것은 페릿에게 달려 있다. 줄 위에 올라 천천히 오간다. 마음을 비우고, 무역센터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느낀다. 산과 마찬가지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정상까지 받아줘야 오를 수 있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찔하다. 페릿이 와이어에 오른 순간부터, <하늘을 걷는 남자>를 반드시 3D로 봐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412미터의 아찔한 높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남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몽상이었고 어떻게 실현시켰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3D 영화의 깊이를 줄타기의 높이로 완벽하게 그려낸 영화다.

 

<하늘을 걷는 남자>의 로버트 저메키스는 최근 재개봉한 <빽 투 더 퓨처>의 감독이다. 19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으로 맹활약했던 로버트 저메키스는 <포레스트 검프>와 <콘택트>처럼 특수효과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감동적인 영화를 만드는 한편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죽어야 사는 여자>처럼 특수효과 자체를 영화의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3D의 매력에 빠져 2004년 <폴라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베오울프>와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이어 만든다. 모션 캡쳐를 이용하여 3D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경계를 흐리면서 전진했던 저메키스의 도전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가 등장하며 박살난다. 정공법으로 3D 영화의 장점을 보여준 <아바타>가 등장하자 저메키스의 3D영화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2012년의 <플라이트>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탁월한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3년만에 돌아온 저메키스의 <하늘을 걷는 남자>는 그가 추구했던 3D 영화가 무엇인지 증명한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로버트 저메키스 역시 몽상가였다. <아바타>의 충격으로 궤도 수정을 한 저메키스는 <하늘을 걷는 남자>로 멋지게 귀환했다.

 

무역센터 빌딩이 건설될 때 뉴욕 사람들은 못마땅했다. 캐비닛 두 개를 세워놓은 것 같다며 폄하했다. 페릿이 줄타기에 성공한 후 사람들은 감사를 표한다. 당신이 무역센터에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었다고. 맞는 말이다. 몽상가들이 하는 일이 그것이다. 실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 무모하지만 열정적인 몽상을 일단 실천한다면 사람들은 매혹 당한다. 아무런 이득이 없어도, 아무런 장점이 없어도, 단지 그 꿈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저메키스는 <하늘을 걷는 남자>로 마침내 3D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kimbongsuk.jpg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글은 다른 이들과 나눠주세요

댓글 0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