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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

더연 / 문화살롱 / 2015.09.21

 

#김봉석의 영화 읽기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jpg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

  
개요   드라마, 액션|중국|1312015.09.10 개봉
감독   주현량
출연   펑위옌(황비홍), 홍금보(레이궁), 안젤라베이비(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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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중국 최대 규모 은괴 창고를 털어 적의 숨통을 끊고, 
적의 보스를 제거해라!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얼마 전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황비홍>이 개봉했다. 중국의 실재했던 위인 황비홍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다. 청나라 말기에 실존했던 황비홍은 홍가권의 일대종사이자 명의이며, 항일 운동을 펼쳐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황비홍은 100여편의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등장했고, 1991년 이연걸 주연의 <황비홍>이 대성공을 거두며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지만 <취권>의 주인공 이름도 황비홍이었고, 취권은 황비홍이 구사한 무술의 하나다.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황비홍>은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폭력조직 흑호방에 잠입한 황비홍이 동료들과 함께 서서히 조직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기보다는 황비홍이라는 인물을 놓고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친 영화다. 이야기도, 액션도 적당히 볼만한 영화지만 과거의 <황비홍>에 견주어보면 현저히 부족하다. 그러니 한때 명절영화로 명성을 떨쳤던 성룡 영화처럼, 추석에 볼만한 무술영화로 <황비홍> 다시 보기를 권한다. 최근 HD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되었다. 지금 <황비홍>을 다시 보자면, 제국주의 열강들이 앞다투어 아시아를 집어삼키던 시절이 마치 현재를 보는 것도 같기도 하다.

 

<황비홍>은 천하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중국이 열강의 위협 속에서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는 1875년의 상하이. 당시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상하이 일부 지역을 점령하여 조계를 세웠다.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하여 중국, 당시의 청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황비홍은 병원을 운영하며 무술도 가르친다. 절대고수인 황비홍은 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로 앞에서 총을 겨눠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총과 포를 앞세운 서양 군대를 황비홍의 무술과 한의학으로 제압할 수 있을까? 동도서기라는 말처럼, 서양의 기술은 동양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무술 고수인 엄진동은 대륙을 떠돌다가 상해로 들어온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그가 살아갈 방법은 권력에 빌붙는 것이다. 무공이 탁월하기에 총을 쏴도 튕겨낼 수 있다. 한 방, 두 방이라면.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집중 사격을 당한 엄진동은 무참하게 죽어간다. 아무리 무술을 배워도 폭탄에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황비홍은 자신의 방식으로 백성을 구하려 한다. 의술과 무술이다. 최선을 다해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황비홍마저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환란의 시기에, 정부는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어떻게 힘을 길러야만 하는가.

 

<황비홍>을 제작, 감독한 서극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홍콩으로 이주했고, 미국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자신이 태어나 살아왔던 곳에서 도망쳐야만 했던 기억은 서극의 영화들에 깊게 배어 있다. 서극이 제작, 감독한 <영웅본색> 3편은 그들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 공산화되는 베트남에서 도망쳐 나와야만 했던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서극이 <영웅본색>을 제작했을 때, 홍콩 역시 1997년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있었다. 홍콩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짓지 못하고 끌려 다녀야만 하는 마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황비홍>의 황비홍 역시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다. 외세에 끌려 다니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국의 약함을 한탄한다.

 

1991년 <황비홍>을 볼 때는 황비홍의 고뇌보다 화려한 무술에 매혹됐다. 대륙의 전국무술대회에서 5연패를 했던 이연걸이 구사하는 무술은 남달랐다. 이소룡의 강력한 절권도와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액션과는 다른 우아하고 기품이 있는 이연걸의 기예를 보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지금 <황비홍>을 다시 보면 무술만이 아니라 황비홍이 처한, 중국이 직면한 현실에도 눈이 갈 것이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당혹감과 위기감. 무엇인가를 배워서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절박함. 물론 영화를 보며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다. 3편까지 주연을 맡은 이연걸이 보여주는 황비홍의 무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견자단과 오경 말고는 제대로 된 무술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요즘 <황비홍>은 언제 봐도 멋지고 화끈한 무술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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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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