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김봉석의 영화 읽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더연 / 문화살롱 / 2015.08.25

 

#김봉석의 영화 읽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jpg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개요   드라마|한국|902015.08.13 개봉
감독   안국진
출연   이정현(수남), 이해영(규정), 서영화(경숙), ... 더보기
내용 
5포세대에 고함!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암살>이 천만이 넘고, <베테랑>도 800만을 넘어 천만 고지로 달려가고 있다. 반면 안국진 감독, 이정현 주연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2만을 지나 3만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지난 수요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하기 위해 감독과 주연배우를 만났다. 관객 2만이 넘자 안국진 감독에게는 축하 문자가 날아들고, 이정현에게는 위로 문자가 온다고 했다. 독립영화, 저예산영화에게 2만은 성공을 의미하지만 상업영화에서는 처참한 숫자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저예산 영화도 10만, 20만 많게는 100만이 넘는 경우도 가끔 나오지만 여전히 1만이 넘으면 일단은 성공이라고 본다. 그만큼 소리 소문 없이 개봉했다가 사라지거나 아예 개봉을 하지 못하는 영화들도 많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국영화 아카데미에서 만든 저예산 장편영화다. 매년 장편영화 제작지원을 신청한 졸업생 중에서 3편을 골라 제작을 하고, 배급도 한다. 윤성현의 <파수꾼>과 홍석재의 <소셜포비아>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장편영화다. 제작비는 1억에서 2억 정도가 지원된다.

 

최근 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장편영화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개성적인 제작방식에 기인한다. 졸업생이 만들고, 학교 내의 교수와 작가 등 전문가들이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신인감독이어도 충분히 의견 개진이 가능하고, 상업영화에서는 꺼릴만한 소재와 장면, 결말 등도 용인된다. 감독의 자율성을 무조건 인정한다기보다 다양한 작품 세계를 받아들여줄만한 시스템인 것이다. 저예산영화가 메이저 상업영화와 정면 대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감독의 개성과 독특한 영상 등으로 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는, 성실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세상을 보여준다. 수남은 중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할 것인가, 고등학교를 가서 엘리트가 될 것인가 고민한다. 상고에 가서 주산, 부기 등을 배워 졸업을 했지만 세상은 이미 컴퓨터 시대였다. 그녀는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회사에서 경리 일을 시작한다. 다행히도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남자는 난청이라 수술비가 필요했고 게다가 사고를 당해 손가락이 잘린다. 수남은 남편을 위해 집을 사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엄청 성실하게 일한다. 새벽에는 신문 배달, 낮에는 청소, 밤에는 명함 돌리기 등 할 수 있는 일, 돈이 되는 일이라면 모두 한다. 하지만 불행은 쉬지 않고 찾아온다.

 

1부에서 성실한 수남의 고군분투를 그린 후 2부에서는 수남이 어떻게 피투성이 앨리스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 재개발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고, 수남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 성실하게 일하며 익혔던 생활의 기술을 이용하여.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 익히게 되는 기술을 보여준다. 명함을 던져서 자동차 와이퍼에 꽂아 넣거나, 음식 그릇을 옮기며 균형을 잡거나 하는 것들. 오로지 생활을 위해 배웠던 기술들이 수남의 생명을 살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약간 잔인하지만 웃긴 블랙 코미디다. 그리고 수남은 오로지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착한 여자다. 착하고 성실한 여자가 살아남으려면 수남처럼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타인과 싸우고 짓밟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일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세상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이기에 때리고 죽이는 골육상쟁이 태연하게 벌어진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그 정도로 노골적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본질은 같다. 피가 튀고 살점이 날아가는 상황이 아닐 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곳이다. 그래서 보고 나서 여운이 깊게 남는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kimbongsuk.jpg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글은 다른 이들과 나눠주세요

댓글 0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