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김봉석의 영화 읽기 <베테랑>

더연 / 문화살롱 / 2015.08.10

 

김봉석의 영화 읽기

<베테랑>

 

Veteran.jpg

베테랑 (2015)

  
개요   액션, 드라마|한국123분2015.08.05 개봉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서도철), 유아인(조태오), 유해진(최상무), 더보기
내용 
베테랑 광역수사대 VS 유아독존 재벌 3세  
2015년 여름,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시작된다!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개봉 사흘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질주하고 있다. 통쾌하고 신난다는 중평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하여 <피도 눈물도 없이>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 등을 만들었던 류승완 감독의 특기는 화끈한 액션과 찰진 코미디다. 어렸을 때 열광했던 성룡의 영화들처럼 류승완의 영화는 대체로 웃기고 신난다. 재벌 3세의 악행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 끝내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는 베테랑 형사들의 이야기인 <베테랑>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광역수사대의 서도철은 수사에 도움을 줬던 대형 트럭 기사가 자살 기도를 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대기업 비상계단에서 투신을 했다는 것이다. 배후에 재벌 3세인 조태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관할도 아니고, 위에서 손 떼라는 압력이 들어온다. 하지만 서도철은 물러서지 않는다. 비속어로 ‘가오’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할 때의 가오. 치사하게 꼬투리를 잡거나 약점을 잡아 물러설 것을 강요당할 때, 우리의 서도철은 내뱉는다. "쪽팔리지도 않냐,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꼴이."

 

류승완은 <베테랑>을 ‘우리에게 이런 형사 한 명쯤 있는 거 좋잖아?’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도철은 적당히 속물이다. 승진도 원하고, 나쁜 놈이 있으면 패주고도 싶다. 형사 드라마에 자문을 하고, 제작 파티에 갔을 때는 당연히 설렌다. 연예인도 보고, 권력자들도 만나 보니까. 그곳에서 조태오를 만난 서도철은 머리를 숙이지도 맞붙지도 않는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인간인지 지켜본다. 그리고 조태오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권력이 흔들어도, 뇌물을 보여줘도 돌아보지 않는다. 돈과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편에 서 있는 경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신분이건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법의 처벌을 받게 하는 형사. 그런 경찰과 형사가 우리에게 있으면 정말 좋겠다.

 

대체로 호평인 <베테랑>에 대한 일부 비판은 너무 순진하다는 것이다. 시스템도, 악에 대한 고찰도 없이 선과 악을 가르고 결국 때려잡는 것으로 나간다는 것. 맞는 말이다. <베테랑>은 선악에 대해 질문하고, 이 사회의 시스템이 어떻게 뒤틀려 있는지를 치밀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현실이라면 그렇게 조태오가 서도철에게 잡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베테랑>은 상업영화다. 대중의 갈망을 대신 해소해준다.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유전무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인간들이 확실하게 응징당하는 꼴을 영화에서라도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범죄 드라마로 <로 앤 오더> 시리즈가 있다. <로 앤 오더>는 1990년 시작하여 2010년에 끝났고, <로 앤 오더 CI>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방영했다. 여성, 아동, 노인에 대한 범죄만을 다루는 <로 앤 오더 SVU>는 1999년 시작하여 아직 방영되고 있는 인기 시리즈다. <로 앤 오더>에서 오더(Order)는 경찰, 로(Law)는 검찰을 의미한다. 즉 <로 앤 오더>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과정에 이어 재판까지 모두 보여주는데, 명백한 범인이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여 무죄가 되거나 수사나 심문 과정에 문제가 밝혀져 풀려나는 등 현실이 반드시 권선징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이기에 좋아하는 <로 앤 오더> 시리즈이지만, 보다 보면 오히려 암울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실의 시스템이 너무나도 완강하고, 정의가 무력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니까.

 

그런데 <로 앤 오더> 시리즈를 만든 딕 울프가 2014년 론칭한 드라마 <시카고 PD>는 <로 앤 오더>와 반대 유형의 캐릭터를 내세운다. 시카고 경찰서 정보과의 수장인 행크 보이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피의자 폭행은 물론이고 때로는 죽이기도 한다. 정보를 조작하거나 협박도 비일비재하다. 모든 것을 원칙과 규칙대로만 해야 재판에 이길 수 있는 <로 앤 오더> 시리즈와는 거의 상극이지만, 프로듀서가 같기 때문에 <시카고 PD>와 <로 앤 오더 SVU>의 주인공들이 공조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도 만들어진다. <로 앤 오더>의 리얼리티를 좋아하면서도 <시카고 PD>에게 끌리는 이유는, 현실에서 보이트 같은 형사는 판타지라는 것을 알지만 픽션에서라도 원하기 때문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악을 처벌하는 영웅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행크 보이트는 슈퍼히어로보다는 현실적이다.

 

<베테랑>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그 이유다. 단지 감정 해소를 위한 오락영화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지금 대중이 원하는 욕망이기 때문에. 현실이 너무나 처참하기에 영화를 보면서라도 잠시 통쾌함을 느끼고 위로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kimbongsuk.jpg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글은 다른 이들과 나눠주세요

댓글 0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