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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의 100시간 (기무라 히데아키 저)

더연 / 문화살롱 /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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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취합과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컨트롤타워는 우왕좌왕했고, 사고의 책임 당사자인 민간기업은 현장을 포기하고 철수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사태가 한참 전개되는 동안에도 관료들의 눈은 정치인 눈치를 살피는 데 쏠려 있었다.


세월호 혹은 메르스 사태 얘기가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야기다.


당시 총리 관저에 머물며 현장을 취재했던 아사히신문 기자의 르포 <관저의 100시간>은 재난에 대처하는 컨트롤타워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정전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재택요양자보다 전력소요량이 많은 대형고객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도쿄전력, 방사성물질의 흐름을 예측해 대피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의 존재조차 총리에게 알리지 않은 관료, 기자회견 담당자를 계속 교체하며 원전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애매한 표현으로 대체한 정부부처. 그 사이 미국은 발 빠르게 자료를 수집해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고, 원전 부근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한 채 피난길에 올랐다.


총리는 그나마 사태를 헤쳐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철수는 없다”고 도쿄전력에 호통을 치고, 자국의 원자력 전문가를 관저에 상주시키자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다. 전문가를 불러 모아 자문단을 추가로 꾸리고, 만일의 사태를 상정하고 ‘최악의 시나리오’ 작성도 지시한다. 도쿄전력 본사에 통합대책본부를 설치해, 사고 대응의 주도권을 잡는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들이닥쳐 직접 지휘하는 초법적 조직이지만, 신속한 대응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저자는 이 사고의 근저에 원자력 관련 관료 조직의 기능 부전이 있다고 말한다. 방침을 정해야 할 정치인에게 적절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전문가의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했던 도쿄전력이 과연 계속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지, 운영해도 좋은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정부와 도쿄전력의 발표를 받아쓰기 하는데 급급했던 현실적 한계와 이런 언론에 불신이 팽배했던 국민 정서를 말하면서, 설령 거짓이라고 비판받더라도 기록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 말하는 저자.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에서 메르스 사태를 취재하고 있을 많은 기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기무라 히데야키

1968년 돗토리 현 출생. 저널리스트. 2006년 4월부터 4년간 아사히신문 후쿠시마 현 고오리야마 지국에서 근무한 뒤, 도쿄 본사 지역보도부를 거쳐 현재는 경제부 기자로 있다. 저서로 『산은 사라져도: 미이케 일산화탄소중독 환자의 기록』, 『국립공원은 누구의 것인가』(공저), 『미쓰이미이케 탄광 탄진 폭발 사건 사료 집대성』(공편저)과 취재반 팀원으로 참여한 『일본과 조선 반도, 100년의 내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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