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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영화 읽기 <차일드 44>

더연 / 문화살롱 / 2015.06.15

 

김봉석의 영화 읽기
<차일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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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2015)

  
개요   스릴러, 드라마|체코 외137분2015.05.28 개봉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톰 하디(레오), 게리 올드만(네스테로프), ... 더보기
내용 
"완벽한 국가에서 범죄란 없다"는 신념 아래 출세가도를 달려온 레오는 철길 옆에서 발견된 어린 아이의 시체를 단순 기차 사고로 종결 짓는다. 아내의 일로 민병대로 좌천된 후 숲 속에서 발견된 아이 시체를 본 레오는 과거 사고와 유사점을 발견하며 네스테로프대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원문출처: 네이버영화

 


<차일드 44>의 배경은 소련의 스탈린 시대다. 이제는 사라진 구 소련.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사회를 건설한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오히려 국민을 지독하게 억압하는 파시즘으로 나아갔던 사회주의 국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결국 소련과 동구권은 해체되었다. 영국 작가인 톰 롭 스미스의 소설을 각색한 <차일드 44>는 스탈린 독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음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 사건을 그린다.

 

<차일드 44>를 보기 위한 전제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범죄가 있으면 안 된다. 특히 살인, 연쇄 살인은 더욱 더 안 된다. 이미 완벽한 국가에 살고 있고, 아직은 물자가 부족해도 우리에겐 이상이 있고 밝은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에 범죄가 있을 수 없다. 연쇄 살인 같은 것은 더더욱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이 당대의 논리였다. 철길 옆에서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도, 경찰인 레오는 그런 신념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아내인 라이사가 스파이 혐의를 받게 되자 아내를 지키려 한 레오는 민병대로 좌천된다. 그리고 아이를 연쇄적으로 살해하는 살인마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차일드 44>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살인마를 쫓는 긴장감은 덜하다. 애초에 원작 자체가 경찰과 범인의 숨 막히는 추적을 중심에 둔 소설이 아니었다. 소설 <차일드 44>는 범인과의 추적보다 소련의 숨 막히는, 사람을 갉아먹는 시스템의 고발에 초점을 맞춘다. 원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신은 결코 도둑질이나 강간이나 살인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기는 쉽지만 반 소비에트 선동, 반혁명적 활동, 첩보 활동이란 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 소련은 만인이 만인을 고발하는 사회였다. 게다가 무엇이 ‘반혁명’인지 절대로 알 수 없다. 내 마음 안에 있는 어떤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보던 신문을 무심코 구겨서 휴지통에 넣었는데, 위대한 수령 스탈린의 사진이 있었다면 그것도 반역죄가 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고발하면 그것이 더욱 혁명적인 행동으로 칭송받는다. 그리고 고발당한 사람은 무조건 죄를 인정해야 한다. 경찰, 국가는 완벽한 존재이고 무고한 사람을 끌고 가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차일드 44>는 승승장구하던 경찰 레오가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다. 반면 살인마를 쫓는 과정은 심심하다. 애초에 원작의 방점이 시스템에 대한 고발에 찍혀 있었기에 어쩔 수는 없다. 톰 하디, 게리 올드만, 조엘 킨나만, 누미 라파스, 뱅상 카셀 등 뛰어난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원작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2시간 남짓의 영화로 소련의 시스템이 어떻게 스스로를 망칠 수밖에 없었는지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차일드 44>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같은 체제 혹은 이념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 이상만이 절대 진리라고 믿고 강요하는 인간들임을 알려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은 <속삭이는 사회>(올랜도 파이지스)다. 스탈린 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당시의 상황을 들려주는 논픽션이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집단적 인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폭력이, 어떤 공포가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지배했는지 잘 보여준다. 더 나은 인간과 사회를 만들겠다며 자행한 폭력과 공포의 실체가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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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네 21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예술종합잡지인 브뤼트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함께 만화 전문 웹진인 에이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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